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중)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01-19 수정일 2021-01-19 발행일 2021-01-24 제 3229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가장 가난한 사람을 먼저 선택

오블라띠 선교수도회 회원들은 하느님의 이상과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를 위해 자신을 봉헌하는 가운데 수도자의 이상을 찾는다. 광주엠마우스 공동체 마우리찌오 신부(가운데)와 필리핀공동체가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의 ‘오블라띠’ 어원은 ‘봉헌하다’ 의미의 라틴어 ‘오블라투스’(Oblatus)다. 그 뜻처럼 회원들은 하느님의 영광과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를 위해 완전히 자신을 봉헌하는 가운데 수도자의 이상을 찾는다.

다음의 회헌과 수도회 규칙에서는 이런 영성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드러난다.

“누군가가 오블라띠회의 수도자가 되기 원한다면 그는 자신의 완덕을 위해 무한한 열정을 가져야 한다. 또 그는 예수님과 교회를 위한 사랑과, 사람들의 구원을 위한 열정으로 불타올라야 한다.”(1853년 수도회 규칙)

“우리는 어느 상황에서도 우리의 소임은 울부짖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향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함으로써 오직 예수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구원과 희망을 그들에게 전달해 준다.”(회헌 5항)

회헌과 회칙은 설립자 성 에우제니오의 개인적인 체험과 시대 요구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 회칙을 작성할 때 성인은 쉴피스회와 예수회 조언자들, 또 자신이 존경했던 샤를르 보로메오나 빈첸시오 드 폴, 알퐁소 데 리구오리와 같은 선교사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특히 회헌은 그의 독특한 인격과 함께 그가 복음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제시한다. 1817년 그는 ‘하느님 영광과 교회의 봉사, 영혼 구원을 위해 온전히 헌신하는 정신이 우리 회에 적합한 정신이다’고 적었다. 1830년에는 회원들이 ‘시련이나 갖가지 박해 중에서도 주님께서 그들 사명을 훌륭하게 수행한 충실한 종들에게 약속하신 것 말고는 다른 어떤 보상도 요구하는 일 없이 최선을 다해 일함으로써 하느님 자녀들을 돕고 구하며 그들을 하느님께 다시 데려오도록 명받은 아버지의 종들로 보아야 한다’고 썼다.

성인의 목적은 단순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소명을 ‘주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나를 보내셨다’고 하셨듯이, 가난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첫째였다.

그는 십자가에서 예수님을 만났고, 당대 교회의 비참한 상황에 통탄했다. 그리고 교회의 많은 이들, 가난한 사람들 가슴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믿음의 불꽃을 다시 되살리기에 사활을 걸었다. 그곳이 어디든 간에 가장 가난한 사람을 먼저 선택했다.

성인은 또 복음 선포가 수도자 개인이 아니라 소속된 공동체에 의해 수행된다고 여겼다. 그런 부분에서 수도 공동체의 일치와 친교를 강조했으며 수도회 안에서 이뤄지는 서원에도 중요한 의미를 두었다.

서원은 하느님께 드리는 약속이므로 그만큼 책임과 의무도 따르지만, 이를 통해 그 서원을 지킬 은총도 함께 받는다. 성인은 일반적으로 수도자들이 하는 청빈, 정결, 순명 세 가지 서원 외에 제4 서원으로 ‘인내’ 서원을 발하도록 했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므로, 인내 없이는 사랑할 수 없고 또 변하지 않으면서 오래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