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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스승이라 칭하기 / 양하영 신부

양하영 신부 (제1대리구 남양본당 주임)
입력일 2021-01-19 수정일 2021-01-19 발행일 2021-01-24 제 322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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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참 어렵다. 봉사자, 조용히 신앙생활하는 분들, 사제까지도 쉽지가 않다. 교우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신앙인이라고 하나”, “저 사람은 나랑 안 맞아”라며 어려운 관계를 토로한다. 심지어 불편한 한 사람 때문에 신앙생활을 포기해버리기까지 한다. 어려운 관계로 나의 생활을 포기하고 사회에서 숨어버리기도 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

예전에 인상 깊게 봤던 「논어」의 글이 있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 보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의미다. 이 글은 인간관계를 위한 힌트를 준다. 같이 걷는 사람 중에는 좋은 모습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쁜 모습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은 모습을 통해 그 좋은 점을 배울 수 있고, 나쁜 모습을 통해 내가 조심하고 고칠 점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으니 그 누가 스승이 아닐 수 있겠는가.

이어서 비슷한 의미로, ‘견현사제(見賢思齊)’ 현명한 사람을 보면 그와 같이 되려고 생각하라, ‘견불현내자성(見不賢內自省)’ 현명하지 못한 사람을 보면 조용히 스스로 나 자신을 살펴보라는 글이 있다. 우리는 관계 안에서 좋은 모습의 사람을 닮고 싶고 따라 하게 되는 마음은 쉽게 생긴다. 반면에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불편한 모습의 사람을 보면 오히려 멀리하고 싶다. 그런데 그 불편한 사람을 스승으로 여긴다? 흥미롭다.

불편한 사람을 살펴보며 그 사람을 왜 불편하게 여겼을까 성찰해본다. 사람들 앞에서 과하게 자신을 뽐내는 사람을 불편하다고 여길 때 사람들 앞에서 인정받고 싶고 나 자신이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협동하지 않는 사람을 불편하게 여길 때 마음 안에는 내가 편하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도 있다. 돈을 흥청망청 쓰는 사람을 불편하게 여길 때는 내 안에 물욕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음까지 본다. 진정 불편한 사람을 통해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 조심해야 할 것들, 고쳐야 할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복음 속 예수님은 당신과 대립했던 바리사이들, 율법학자들, 박해자들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신다. 그들을 통해 위선과 율법의 의미, 겸손 등 배우는 것들이 많다. 과거의 내 자신도 분명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사람들을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경험이 쌓였고 해결법이나 처세술 등을 배웠다. 성장의 역사였다. 나를 성장시키고 완성하고자 하느님은 불편한 사람을 스승으로도 마주하게 하신다. 인간관계에서 불편함이 두려워 숨은 채로, 외로움과 피해의식에 지쳐 살아가는 것 잠시 멈추어보자. 그리고 불편한 사람을 스승으로 마주하며 함께 살아보고자 한다면, 그 관계를 통해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있는 용기와 다시 살아갈 지혜가 따르지 않을까?

양하영 신부 (제1대리구 남양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