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성당 평전」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12-28 수정일 2020-12-29 발행일 2021-01-01 제 3226호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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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000년 이탈리아 성당들에 숨은 이야기
최의영·우광호 지음/436쪽/1만8000원/시공사 
5년 동안 80곳 성당 방문
오랫동안 쌓인 문화유산 소개
이름이나 관계에 얽힌 사연
성인의 삶과 죽음 등 그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책에는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었던 피렌체의 화려한 순간들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과 함께 소개된다.

유럽 유학파 신부와 가톨릭 전문지 기자가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여름과 겨울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이탈리아를 찾은 두 사람은 5년에 걸쳐 80곳의 성당을 방문했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동아시아 준관구장 최의영 신부와 월간지 ‘가톨릭 비타꼰’ 우광호(라파엘) 주간이 마주한 성당에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 삶의 역사가 녹아있었다.

“성당이 고결한 것은 건축물 그 자체 때문이라기보다, 위대한 티끌들이 수백 년 공들여 빚어낸 삶의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두 사람은 그 여정을 ‘서기 1000년의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라고 정의했다.

「성당 평전」을 통해 두 사람은 서기 1000년 이탈리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피렌체, 나폴리, 베네치아, 바리, 밀라노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인근의 도시까지 아울러 그 지역의 크고 작은 성당들을 비롯한 종교적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물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성당들도 만날 수 있다.

여행은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에서 시작된다. 금융업과 상업이 발달했던 피렌체는 돈이 몰려드는 도시였고,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삶을 영위했다. 경건하며 풍부한 지식과 합리적인 교양을 갖춘 도시의 면모는 건축으로도 표현됐다.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었던 피렌체의 화려한 순간들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에 오롯이 담겼다. 저자는 책 안에 140년의 땀과 신앙이 결집된 대성당의 아름다운 모습과 숨은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베네치아에서는 물 위를 흐르며 이어온 신앙의 유산을 찾는다. 산 마르코 성당을 소개하며 마르코복음서를 쓴 성 마르코의 무덤이 어떻게 베네치아에 오게 됐는지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하며, 물에서 솟아난 듯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이 남아있는 산 조르조 마조레 대성당도 소개한다.

이밖에 ‘피사의 사탑’으로 불리는 피사 대성당의 부속 종탑, 첨탑 135개와 3000여 조각상으로 꾸며져 있는 밀라노 대성당,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배경 도시 아레초에 세워진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폼페이 유적으로 가려다 기차를 잘못 타 맞닥뜨린 폼페이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성당에 대한 사연은 흥미롭다.

저자는 각 성당의 이름이 품고 있는 사연, 각 성당에 해당되는 가톨릭 성인의 삶과 죽음, 그들의 유해를 둘러싼 공방과 유럽사의 관계, 서민들 일상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찬란한 건축과 예술작품은 물론 각 성당이 지어진 당시의 정치적 충돌과 경제 흐름도 소개한다. 이 책은 종교와 신앙이 유럽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와 대화하지 않는 성당 이야기는 죽은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저자는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떠나는 이번 여행은 성당을 중심으로 삶을 꾸렸던 이탈리아 역사와의 즐거운 대화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