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병을 다스리는 일 / 강민주

강민주(일루미나·제1대리구 율전동본당)
입력일 2020-12-28 수정일 2020-12-30 발행일 2021-01-01 제 3226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전화벨이 울린다. “이제 세 정거장이면 도착이네.” “어! 벌써! 알았어요.”

약속 시각은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친정어머니는 일찍 출발하셨나보다. 내가 사는 수원에 유명한 척추병원이 있다고 레지오마리애 단원이며 노인정 친구분이 가보라고 해 오시는 길이었다.

부랴부랴 단장하고 시동을 걸어 전철역 앞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편히 앉아 계시는 어머니 모습이 보였다. 딸의 승용차인지 확인하고 차에 오르시는 어머니 행동이 예전 같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엄마, 아파? 조심조심 천천히 타세요. 오늘 스카프 색깔하고 옷 이쁘네!” “그래! 이거 오래된 거야.”

병원으로 가는 동안 어머니는 스카프의 역사와 재킷의 사연을 이야기하셨다. 병원에서는 늘 그렇듯 대기하는 시간은 마냥 길지만 진료받는 시간은 금방이다. 의사는 수술을 권유했다. 어머니와 나는 동시에 “수술은 안 되는데”라는 답변 후 다른 치료 방법을 물었다.

신경치료 시술을 받고 나오시는 어머니 모습은 ‘이 치료로 나아졌으면’ 하는 표정이셨다. 병원을 뒤로하고 어머니 집 근처 자주 가는 추어탕 집으로 향한다. 나는 어머니에게 “어때? 주사 맞은 부위는 아프지 않아?”하고 물었다. “응, 괜찮아 약간 뻐근하긴 한데”라는 대답에 나는 “효과가 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다.

오직 어머니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어머니의 손은 묵주를 돌리고 계신다. 묵주기도를 하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나는 아플 때 기도를 하면서, ‘아프지 않게 해 주십사’하고 청하는데 ‘엄마도 그러실까!’ 싶었다. 병원치료를 받아 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다는 말을 늘 새긴다. 육체적으로 고통 중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건강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한 작가의 글 중에 ‘투병’이라는 단어보다 ‘치병’이라고 말해 달라고 한 글이 떠오른다. 병과 싸우지 말고 병을 다스리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 후로도 나와 어머니는 두 번 더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았다. 어머니는 지금도 매일 미사를 다니시며 레지오 활동을 하시고, 노인정 총무를 맡아 즐겁게 지내신다.

아픈 건 어떠냐고 물으면 “그냥 그렇지” 하신다. 더 나빠지지 않고 지금처럼 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해하시는 것 같다. 기도와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하느님 사랑을 알고 작은 기쁨을 발견하며 이웃과 시간을 보내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는 좋다. 하느님의 예쁨을 받으며 어머니는 병을 잘 다스리고 계시는 중이다.

강민주(일루미나·제1대리구 율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