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20 교회 출판 결산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12-21 수정일 2020-12-22 발행일 2020-12-25 제 3225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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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 ‘토닥토닥’ 
시대에 발맞춘 교회 역할 소개
비대면 신앙생활에 활력을 주고 영적 갈증 채워주는 도서 인기
가톨릭 색채 덜고 복음 전하는 독립 브랜드 출범으로 새 도약
책 읽어주는 유튜브 채널 급증

다사다난했던 2020년. 가톨릭 출판계 역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한해였다. 가톨릭출판사와 성바오로출판사는 복음전파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이름으로 출판 브랜드를 선보였으며, 종이에서 벗어나 영상으로 서적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도 주력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위축된 이들을 신앙으로 치유하고자 심리와 영성을 주제로 한 책들도 꾸준히 발간됐다. 아울러 SNS 시대, 과학문명 시대, 팬데믹 시대 등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안에서 신앙이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책들도 눈에 띄었다.

■ SNS 시대부터 코로나 팬데믹 시대까지

바오로딸 출판사에서 나온 「SNS 시대의 신앙」은 변해가는 시대에 발맞춰 나아가야 할 가톨릭 사목 방향을 소개하는 책이다. “인터넷은 복음화의 새로운 수단이 아니라, 신앙이 표현돼야 하는 공간이다”라고 밝힌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세상을 위한 여섯 가지 사목 방법을 책에서 언급했다. 아울러 인터넷을 ‘접속’의 장소에서 ‘친교’의 장소로 만드는 것이 가톨릭 신자의 고유한 임무임을 강조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영성연구소 소장 전헌호 신부는 자연과학의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드려야 할 올바른 기도에 대해 「과학문명 시대의 기도」에서 풀어낸다. 전 신부는 자연과학 법칙과 기도, 천문·물리학 법칙과 기도, 화학·생물학 법칙과 기도 등 자연과학 안에서 기도의 의미를 찾고, 올바른 기도에 대해 친절히 설명한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하 한문연)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교회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팬데믹과 한국가톨릭교회」를 내놨다. 책은 코로나 시대의 교회를 진단하며 시대의 아픔과 고통에 교회는 어떤 역할로서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 책으로 어루만지다

가톨릭 출판계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을 수 있는 책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예전과 같은 신앙생활이 힘든 상황을 맞은 2020년에는 이러한 책들이 더욱 사랑받았다.

분도출판사에서 출간된 「지쳐 있는 당신에게」는 독일의 영성가 안셀름 그륀 신부가 썼다. 그륀 신부는 더 이상 기력이 없고 자신 안에서 활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힘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는지 소개하며 “기도와 묵상, 미사와 의례, 성경 독서와 침묵은 그 자체로 우리가 힘을 길어 낼 수 있는 원천”이라고 조언한다. 가톨릭출판사에서 나온 「지친 하루의 깨달음」도 그륀 신부의 책이다. “피로가 우리를 진실한 삶으로 인도하는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그륀 신부는 책에서 피로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오스트리아 임상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엘리자베스 루카스는 불안과 교류하고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 그리고 불안에서 벗어나 평온해 질 수 있는 방법을 한권의 책에 담았다. 가톨릭출판사의 독립 브랜드 일므디에서 나온 「불안과 생활 속 거리두기」는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침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 새로운 출판 브랜드로 복음 선포 영역 확장

2020년에는 가톨릭 출판계에 의미있는 변화들이 이어졌다. 복음의 가치를 폭넓게 전파하고자 가톨릭출판사와 성바오로출판사에서 가톨릭 색채를 덜어낸 이름으로 출판 브랜드를 선보인 것이다. 지난 5월 가톨릭출판사는 일므디(Il me dit)라는 이름으로 첫 책인 「몸에 밴 어린 시절」을 출간했다. ‘그가 나에게 말하다’라는 프랑스어에서 따온 일므디는 ‘책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종교 출판사라는 편견 때문에 비신자 독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로운 이름의 출판 브랜드를 만든 가톨릭출판사는 사랑, 생명 등 복음의 가치를 담은 인문, 에세이, 자기계발서, 심리 분야의 도서를 일므디라는 이름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성바오로출판사도 자회사 격인 ‘레벤북스’를 만들어 첫 책을 지난 5월 출간했다. 독일어로 생명, 가장 귀중한 것을 뜻하는 ‘레벤’(Leben)에서 가져온 레벤북스는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생명의 가치를 전하고자 세워졌다. 레벤북스 역시 신자와 비신자를 아우르기 위해 복음 말씀을 앞세워 드러내기보다 사랑, 용서, 평화, 생명 등 복음의 핵심 가치를 담은 내용으로 독자들과 만난다는 계획이다.

■ 클릭 한번으로 신앙 서적 읽기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일상이 확산되면서 온라인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콘텐츠도 급격히 증가했다. 가톨릭 출판계 역시 신앙 서적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영상을 제작, 신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온 바오로딸의 ‘책 읽어주는 수녀와 수사’도 인기 콘텐츠 중 하나다. 70회를 넘어선 ‘책 읽어주는 수녀와 수사’는 다양한 신앙 서적에 대한 소개와 함께 본문을 읽으며 함께 묵상할 수 있게 구성됐다. 또한 바오로딸에서 출간한 책들을 소개하는 북 트레일러, 할머니 수녀님이 읽어주는 성경을 들을 수 있는 ‘할머니 수녀님이 들려주는 성경 이야기’도 유튜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톨릭출판사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접할 수 있는 영상들을 선보이고 있다. 가톨릭출판사의 유튜브 채널 가톨릭북에서 제공하는 신부님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Audio Book’과 책에 대한 짧은 리뷰를 담은 ‘Reading Book’은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책을 쓰거나 번역한 신부님이 출연해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북 토크’도 신앙과 관련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