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20 세계교회 결산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12-21 수정일 2020-12-22 발행일 2020-12-25 제 3225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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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구원할 우선적 선택으로 ‘형제애’와 ‘생태적 회심’ 강조
팬데믹에 교황청도 전례와 기도 신자들 없이 진행
교황, 특별기도회 열고 가난한 이웃 향한 관심 역설
생태위기 대처 촉구… 사회적 우애 주제 회칙 발표

올 한해 세계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교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느라 미사 중단 등으로 아픔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된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형제애적인 연대도 잊지 않았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모든 형제들」을 발표해 모두가 서로 형제자매로서 사랑하고 배려하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점철됐던 2020년 세계교회 활동을 코로나19 대처와 함께, 코로나19 원인으로 꼽힌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에 대한 대응, 회칙 「모든 형제들」 반포 등 키워드로 돌아본다.

■ 코로나19와 세계교회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특히 유럽과 미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중국과 동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코로나19 확산은 전 세계로 이어졌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는 3월 11일 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등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가자, 유럽의 각국 교회도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중단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교황청은 많은 신자들이 모이는 교황의 삼종기도와 일반알현을 인터넷 중계로 바꿨고, 교황이 주례하는 성주간 전례와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도 신자들 없이 진행하는 아픔을 겪었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월 말, 교황이 감기 증세를 보여 전 세계 신자들이 근심했다. 또 교황이 거주하는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교황을 경호하는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원 사이에 코로나19가 번지기도 했다. 다행히 교황은 감염되지 않았지만, 교황 최측근인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필리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교회 활동 백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7일 비 내리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홀로 고통받는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회를 주례한 것이다. 교황은 주님께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인류를 보시고 위로해 달라고 간청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아파하며 죽어가는 이들, 병자를 돌보느라 지친 의료진,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결정을 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진 정치 지도자들을 돌봐달라고 간구했다. 교황은 기도회를 마무리하며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전 세계를 향해) 특별 강복을 내리기도 했다.

교회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고통받는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전교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지원 기금을 조성했다. 교황이 75만 달러를 출연한 기금은 전교 지역 국가에서 비극적인 참상을 겪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또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타글레 추기경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약자와 빈국의 부채를 탕감하는 ‘희년’(jubilee)을 제안하기도 했다. 가난한 나라들이 동원할 수 있는 적은 자원이나마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부유한 나라들이 외채를 탕감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교황은 주님 부활 대축일 담화에서 “가난한 나라의 부채를 줄이거나 탕감해주고, 이기심을 버리고 연대의 정신을 살며, 내전과 테러주의자의 공격을 중단하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여러 민족을 위한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교황청은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인간발전부) 산하에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싸우고 있는 세계가 직면한 과제를 고민하고 코로나19 이후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19위원회를 설립했다. 코로나19위원회는 보건 위기로 닥친 경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와 사회에 관한 성찰 및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3월 27일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회를 주례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입구에서 성광을 들고 ‘우르비 엣 오르비’ 특별 강복을 전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기후변화와 생태위기 적극 대처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이 되는 해였다. 특히 기후변화와 생태위기가 코로나19 대유행 원인으로 지목됨에 따라 교회는 현재의 생태위기 심각성을 깨닫고 ‘생태적 회심’을 통해 긴급히 대응할 것을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의 날’ 50주년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집인 지구와 우리 형제자매를 돌보지 못해 지구와 우리 이웃, 궁극적으로 창조주에게 죄를 지었다”면서 “착취해야 할 자원의 보고가 아니라 모든 인류를 지탱해주는 거룩한 선물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지구를 바라보고, 지구와 인류의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청은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본당과 교회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 지침인 「공동의 집 보호를 위한 길: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On the Path to Caring for the Common Home: Five Years after Laudato Si’)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는 균형 있는 식단,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카풀, 재활용, 물 낭비를 근절하기 위한 관개 등 구체적인 대책과 실행법은 물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촉진하라는 요청이 들어있다. 교황청은 이에 응답해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 사용을 줄이는 장기적인 계획 일환으로 모든 공용 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하지만 피조물 보호를 위한 교황의 긴급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이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황청 인간발전부 피터 턱슨 추기경은 “교황이 말해도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지지는 않는다”면서 “교황은 환경 문제와 구체적인 연대 행동의 필요성을 요청하고 있는 데 반해 신자들은 무관심하다”고 꼬집었다.

교황이 10월 3일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에서 회칙 「모든 형제들」에 서명하고 있다.

■ 회칙 「모든 형제들」 반포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4일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양한 어려움에 고통받고 있는 인류에게 새 희망을 제시하는 회칙 「모든 형제들」을 반포했다.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이 회칙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비롯해 전쟁과 빈곤, 이주와 기후변화, 경제위기와 전염병으로 점철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서로를 형제와 자매로 인정하고, 형제애와 연대로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길 요청하고 있다.

교황은 회칙에서 그리스도인과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존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형제자매로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당부했다. 또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경험과 문화를 나누고 서로를 경청하며 알게 돼 공동선을 위해 함께 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황은 80세 미만 9명을 포함해 추기경 13명을 새로 임명했으며, 국무원 외무부 차관으로 프란치스카 디 조반니를 임명하고, ‘여성 부제’ 연구를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교회 내 평신도, 특히 여성의 역할을 높이고자하는 발걸음을 이어갔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