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20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결산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0-12-21 수정일 2020-12-22 발행일 2020-12-25 제 3225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꺼져 가는 불씨 살린 독자들 정성 예년보다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에도 큰 정성 답지해 새로운 삶 선물
특히 사연 많았던 이주민들 한국 신자 정성에 감동
아직 치료 중인 이도 기도와 사랑에 희망 잃지 않아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몸도 마음도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나눔 앞에서는 코로나19도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5일자부터 올해 12월 20일자까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사연은 총 11건. 지금 모금 진행 중인 박은경(세레나)양(12월 20일자)을 제외하고 10명에게 전달된 성금은 총 3억7856만9533원이다. 한 사람에게 전달된 평균 금액은 오히려 예년에 비해 늘어났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도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을 내민 훈훈한 모습이다.

독자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꺼져 가는 불씨에 희망을 간직하게 된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현장을 들여다본다.

■ 새로운 삶

사연을 통해 성금을 전달받은 이들은 새 삶을 얻은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2월 23일자에는 급성림프구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황다연(7)양 사연이 소개됐다. 이후 성금 날짜가 마감된 뒤에도 서울대교구 청년성서모임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서 전달하는 등 관심이 지속됐다.

다연양의 치료는 현재 종결됐다. 1~2년 정도 경과를 지켜본 뒤 그 안에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다연양 아버지 황봉화(45)씨는 “너무 큰 도움을 받아서 딸들에게도 나중에 성인이 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4월 12일자에 소개된 선천성 안면열을 안고 태어난 이준희(미카엘·16)군은 평범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늘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이군 어머니 김현숙(헬레나·45)씨는 “코로나19로 학교와 병원을 못 가고 있지만, 따뜻한 관심을 주셔서 아이가 많이 밝아졌다”며 “앞으로 살아가는 날들에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이진수(가명·프란치스코·15)군은 성금을 전달받은 후 자신 이름으로 된 통장이 생겼다. 10월 11일자에 소개된 이군은 “많은 분들 도움으로 내 통장이 생겼다”며 “아직 어떻게 쓸지 계획하지 않았지만, 도움을 받은 만큼 성인이 되면 꼭 보람된 일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장에 큰 구멍이 생겨 호흡이 힘들었던 필리핀 이주노동자 주네요(32)씨는 새 삶을 살고 있다. 8월 9일자에 사연이 소개된 주네요씨는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고, 새로운 일자리도 얻었다. 주네요씨는 “예전처럼 몸을 많이 쓰는 일은 할 수 없지만 새롭게 직장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늘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은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를 위해 썼다”고 덧붙였다. 또 “필리핀 공동체와 함께 매주 미사를 드리고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받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한국 사람들의 친절과 호의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국경을 넘은 사랑

올해는 주네요씨를 비롯해 이주민들 사연이 유독 많았다. 독자들은 국경을 넘어 변함없는 사랑을 이주민들에게 전했다.

후두암을 앓고 있는 사연으로 5월 10일자에 소개된 필리핀 출신 다니엘(54)씨는 치료를 거의 마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다니엘씨는 이주노동자로서 삶을 마무리하고 내년 2월 가족이 있는 필리핀으로 돌아가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다. 마우리찌오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광주 엠마우스 신앙공동체 담당)는 “독자분들 정성으로 받은 금액은 다니엘씨가 필리핀에서 받을 정기 검진 및 치료비 외에도 국내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의료비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부모로부터 지난 8월에 태어난 테힐라양은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힘들었다. 9월 13일자에 사연이 소개되면서 독자들의 도움을 받고, 이후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 현재 남아 있는 증상은 없다. 어머니 베키(31)씨는 “계속 병원은 다녀야 하지만 독자들의 정성으로 긴급한 상황은 넘겼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이렇게 큰 도움을 받게 돼 염치없지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 테힐라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인 11월 29일자에 사연이 소개되고 성금을 전달받은 태국 이주노동자 라자쿤(43)씨는 ‘전체 척추뼈 고리절제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다. 올해 가장 많은 성금인 4978만4271원을 받은 라자쿤씨는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이렇게 큰 도움을 받게 돼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빨리 회복해서 도움받은 만큼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 계속해서 기도가 필요한 이들

새 삶을 찾은 이들이 있는 한편,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15일자에 다발성 기형과 심부전 등으로 신생아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사연이 소개된 신생아 응우엔 호앙 티엔 년이 5월 13일 하느님 품에 안겼다. 베트남 부모에게서 태어난 이 아기는 독자들이 보내 준 성금을 전달받고 치료를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퇴원 이후에도 수차례 응급실로 이송되는 등 회복에 어려움을 겪다가 4월 28일 재입원했고 결국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게다가 5월 초부터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다시 확산되면서 장례미사도 봉헌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상황을 직면하고 본당 사제와 신자들이 정성을 모아 아기를 위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선천성 희귀 난치병 ‘카롤리병’을 앓고 있는 이재은(가명·25)씨 가정도 기도가 필요하다. 6월 21일자에 보도된 이씨 사연에 많은 독자들이 정성을 보내 왔고, 치료 후 이씨는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씨 어머니가 9월 29일 간내담석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이씨를 정성스레 간호해 온 어머니가 암에 걸리면서 이제 이씨가 어머니 곁에서 간호하고 있다. 본인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씨는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다. 현재 이씨 어머니는 간이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1월 12일자에 소개됐던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을 앓는 여 아녜스(가명·21)씨도 여전히 병마와 싸우고 있다. 독자들의 성금을 전달받은 여씨는 항암치료를 이어갔고 현재 골수이식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 하지만 오랜 투병생활로 체력이 떨어지고 혈액이 부족해 아직은 이식을 받기 위한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여씨 어머니 차 마리아(가명)씨는 “도움 주시고 기도해 주신 분들 덕분에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있다”며 “딸이 완쾌해 좋은 소식 들려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