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20 사회사목 결산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0-12-21 수정일 2020-12-22 발행일 2020-12-25 제 322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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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눈물 닦아주는 교회 사명 되새겨
사회적 약자 위한 교회 구성원 자발적 나눔 활발
민족 화해 방안 모색하며 한반도 종전 캠페인 전개
부당한 노동현실 비판과 인간 존엄 수호에 목소리

2020년은 한국 가톨릭교회는 물론 한국사회와 전 세계 모든 이슈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집중된 한 해였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힘차게 출발한 2020년이었지만 1월에 코로나19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한국교회 역시 코로나19에 모든 관심과 노력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하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회 정의를 외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교회 사명은 멈추지 않았다. 2020년 한 해 동안 한국교회 사회사목 분야 활동을 정리해 본다.

■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지원활동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던 코로나19 전염병 사태에서 교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초창기, 필수품인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 사회 약자 중 약자인 이주노동자, 난민 등은 돈이 있어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던 기간도 있었다. 이때 교회가 나섰다. 각 교구와 본당, 기관단체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해 긴급히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전달된 마스크는 코로나19 감염 불안감에 떨던 사회적 약자들에게 안도감을 심어 주고 교회의 나눔 정신을 인식시키는 매개체가 됐다.

모금 운동도 활발히 전개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직장을 잃거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주로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들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 복지시설 등이 가장 먼저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혔다. 각 교구 사제단, 수도자, 본당 신자 등 교회 구성원들은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긴급생계비가 필요한 가정과 시설 등에 보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서울 노량진에 거주하는 수험생들에게 반찬을 지원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대전교구 사제단의 경우는 베네수엘라, 칠레, 페루 등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남미 국가들에도 성금을 전달했다.

한국교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외국인 공동체가 다시 한국인들을 돕는 미담 사례도 있었다. 의정부교구 동두천본당 국제이주민공동체는 코로나19 극복에 사용해 달라며 100만 원을 모금해 동두천시에 기부했다. 이주민들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액수이기도 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교회 노력이 아름다운 연대를 이끌어 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정신과 지혜 추구

한국교회는 물질적, 금전적 지원에서는 물론이고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정신과 지혜를 찾는 데도 역량을 모았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황경원 신부)는 12월 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제10회 사회교리 주간 세미나를 개최했다. ‘코로나19와 교회’라는 주제였다. 이 세미나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 교회가 가야 할 길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제시됐고 코로나19 시대 교회의 역할 역시 문명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전염병 역사에 대한 고찰과 성찰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회교리 주간 세미나 외에도 한국교회는 제20회 가톨릭포럼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한국사회와 종교’, 3대 종단 토론회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와 종교의 사회적 역할’ 등 다양한 주체들이 코로나19 속에서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한반도 평화 염원

2020년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자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 어느 해보다 한반도 평화와 한국전쟁 종전에 대한 염원이 간절했던 한 해였다.

한국교회는 6월 25일 전국 각 교구별 지정 장소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미사’를 봉헌하고 교회의 노력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 실천적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11월 17일 열린 제83차 전국회의에서 본래 올해 11월 28일까지 바치기로 했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기간을 연장한 것도 민족화해 사명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자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한국전쟁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하는 ‘한반도 종전 평화캠페인’도 교회 안팎에서 전개됐다.

한반도 평화에 이르는 해법을 찾는 심포지엄와 학술대회도 마련됐다. 주교회의 민화위가 7월 27일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전쟁의 기억과 화해의 소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또한 의정부교구는 11월 12일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와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강주석 신부) 공동 주관으로 제4차 국제학술대회 ‘끝나지 않은 전쟁’을 마련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찾았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3월 31일 경기도 성남 안나의 집을 통해 노숙인과 홀로 사는 노인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가톨릭상지대학교가 4월 7일 ‘사랑의 면마스크’ 전달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상지대학교 제공

5월 14일 수원교구 정평위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관계자들이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한국교회 현직 주교단 전원이 서명한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를 현대일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가 12월 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독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인권과 환경을 위한 교회 노력 지속

한국교회는 올해에도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지속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사회적 약자들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인권 분야에서 교회 활동도 보다 절실히 요구됐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올해 노동 분야 최대 현안이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개신교, 불교 노동·인권 단체들과 연대해 힘을 기울였다. 서울 노동사목위는 9월 1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노동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의 현실과 기업의 책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12월 7일에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2주기를 맞아 서울 노동사목위 등 3개 종교는 ‘이윤보다 생명을!-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는 제목으로 다시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서울 노동사목위는 개신교, 불교와 공동으로 12월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진중공업 김진숙 노동자 복직 및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3대 종교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부당해고된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했다. ‘김진숙’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 부당한 노동현실을 고발한 자리였다.

주교회의 정평위 노동사목소위원회는 9월 22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포스트 코로나와 4차 혁명 시대에서 교회의 노동 이해’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사목소위가 소위원회 승격 3년 만에 처음 개최한 토론회라는 의미를 지닌 이번 토론회에서 인간 소외 문제 앞에서 교회는 인간 존엄이 지켜지는 중요한 방법이 노동에 있다는 사실을 고찰했다.

사형제 폐지 활동도 쉼 없이 이어졌다. 주교회의 정평위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12월 9일 현직 주교단(3월 18일 기준) 전원이 서명한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를 사형제도 헌법소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12월 2일에는 대한민국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유럽연합(EU) 의견서도 헌재에 제출했다. 사형제도폐지소위는 사형제폐지특별법 발의에 동참할 국회의원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

올해 한국교회 환경사목은 ‘기후위기 대응’에 역량을 모았다. 1월 20일 출범 미사를 봉헌하며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은 지구 온난화와 급격한 이상 기후 등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한국사회에 알리는 일에 집중했고 이를 위해 각 교구 차원의 연대와 협조를 모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기를 맞아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주교단도 추계 정기총회를 마친 10월 16일 특별 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하고 “오늘날 기후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 사명과 사목활동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