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개교 120주년 맞은 인천 박문초등학교 교장 박원희 수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12-21 수정일 2020-12-22 발행일 2020-12-25 제 3225호 2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아이들 내면에 사랑 실천의 힘 키워줍니다”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마음 중요
다양한 신앙교육 진행해 학생 인성에 긍정적 영향

박원희 수녀는 “학교 안에서 뿌린 신앙의 씨앗들이 언젠가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내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 나와 타인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힘도 여기서 나오겠죠. 박문초등학교 아이들이 그런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로 개교 120주년을 맞은 인천 박문초등학교는 학생들이 가톨릭 영성의 진·선·미를 바탕으로 생명존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자기주도적인 세계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교육비전으로 삼고 있다. 박문초등학교 교장 박원희 수녀(노틀담 수녀회)는 이러한 비전들을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신앙교육을 학교 안에서 진행하고 있다.

“저희 학교는 매일 아침 수업 전에 지향을 두고 기도를 하고, 개교기념일과 5월 성모의 날, 10월 로사리오 데이에는 전교생이 참석하는 미사도 봉헌됩니다. 아침기도 모임 리틀메리와 어린이 전례단 안젤루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만나서 기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11월 창단한 박문초등학교 소년 쁘레시디움 ‘샛별’은 줌(Zoom) 앱으로 매주 주회를 이어가며 아이들의 신앙생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루에 10여 분, 하느님을 만나는 짧은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이런 활동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밝고 건강해지는 것이 눈으로 확실히 보여요. 올해는 영성담당 수녀님과 내 주변에 감사한 것들을 찾는 교육을 하면서 이주노동자에게 직접 뜬 마스크를 보내는 이벤트를 했는데, 2학기 때는 아이들 스스로 그 분들에게 털목도리를 떠 드리자고 제안을 하더군요.”

박문초등학교 학생 중 신자는 30~40%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앙과 관련된 활동에 비신자인 어린이와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 수녀는 “종교적인 활동과 분위기가 아이들의 인성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학교에 보내시는 부모님이 많다”며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접한 부모님들은 아이와 함께 세례를 받기도 하신다”고 설명했다.

박 수녀는 매일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과 특별한 인사를 나눈다. ‘사랑합니다’라는 아이들의 인사에 ‘고맙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이다. 서로 환대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아이들도 자기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박 수녀는 “학교에서 받은 신앙과 환대의 경험은 아이들이 좋은 마음을 가지도록 이끌 것”이라며 “그렇게 뿌려진 신앙의 씨앗들이 언젠가는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