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루이와 젤리」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12-21 수정일 2020-12-22 발행일 2020-12-25 제 3225호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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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속에서 빛난 마르탱 부부의 특별한 신앙 이야기
엘렌 몽쟁 지음/조연희 옮김/256쪽/1만4000원/가톨릭출판사
소화 데레사 성녀 부모, 2015년 부부 동시에 시성
일상에서 신앙적 삶 실천하며 성덕에 이르고자 노력했던 부부의 생애 전반 다룬 책
현대 성가정의 본보기 제시
2015년 10월 18일, 교회는 최초로 한 부부를 성인으로 시성했다. 바로 루이 마르탱과 젤리 마르탱이다. 두 사람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성녀라 일컬어지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 부모다. 현대의 성가정이라 불리며 이 가정에서는 데레사 성녀를 포함한 5명의 자매들이 모두 수도자가 됐고 부모도 시성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마르탱 부부의 시성을 통해 교회는 우리 시대의 성가정을 조명하고, 위협을 받는 가족 공동체에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삶을 살았던 마르탱 부부가 시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루이와 젤리」 안에 그 특별한 이유들이 담겼다.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관련된 여러 책을 펴낸 엘렌 몽쟁은 루이와 젤리의 유년시절부터 첫 만남, 결혼, 죽음에 이르는 생애 전반을 다루며 그들 삶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신앙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평범함에서 빛을 발했던 두 사람의 특별한 신앙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두 사람이 인생에서 지향했던 것은 바로 성덕이 이르는 것이었다. 그 시절의 성덕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봉헌하거나 기적을 입거나 순교하는 일이 모두 일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평범한 일상에서 믿음과 사랑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데에서 성덕이 온다는 것을 배워 나갔다. 그들은 삶이 주는 기쁨에 감사하고 삶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평범한 삶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았다. 그리고 그분께 모든 걸 내어 맡기고 신뢰했으며 이웃에게도 헌신했다. 아울러 성화되는 데 좋은 방법인 성사, 기도, 본당 생활에도 충실히 임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영성은 화려한 면모를 지닌 일반적 성인들과는 다른 평범함 속에 뿌리내렸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현대 성가정의 본보기도 이들 가정에서 찾을 수 있다. 마르탱 집안 딸들은 늘 서로를 믿고 신뢰하며 신앙 안에서 자신들을 키운 부모의 성덕을 보고 자랐다. 또한 부부는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였을 때부터 영성체의 행복과 즐거움을 전해 줬다. 이런 모습은 자녀들에게 성소의 씨앗을 뿌려줬고 참된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르탱 부부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미사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다가 후회하기도 하고 부부 간에 사소한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랑했던 아이들과 부모님의 죽음, 전쟁,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와 마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그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거센 비가 몰아쳐도 이내 비를 피할 우산을 건네주시리라 희망했기 때문이다. 현실에 발을 딛고 하느님의 사랑을 향해 온 마음을 다했던 그들의 평범한 삶은 말 그대로 사랑의 모험이었다. 삶을 뒤흔드는 시련 앞에서 오로지 하느님의 사랑만을 바라봤던 부부의 모습은 지금을 사는 신앙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