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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별을 찾아라] 4(끝). 지구 환경 생각하는 우리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12-15 수정일 2020-12-16 발행일 2020-12-20 제 322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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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만 잘 해도 환경 파괴 막아… ‘지구 살릴 변화’ 나부터 실천하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인간뿐 아니라 자연에도 큰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주문이 일상화되면서 일회용품과 포장재 등의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월 하루 평균 수거된 쓰레기양이 1209t으로, 전년 대비 15%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무겁고 힘든 대림 시기를 보내고 있는 2020년. 어두움 속에서 빛을 밝히는 마지막 별은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 의왕시재활용센터

코로나19로 배달 늘면서 쓰레기양도 크게 증가

생활폐기물 함부로 버려 불필요한 노동·재정 낭비

취재를 위해 12월 11일 찾은 의왕시재활용센터 입구에는 수많은 폐기물 수집 차량이 들어오고 나갔다. 일주일 중 쓰레기양이 적은 편에 속하는 금요일이지만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차량 유입이 끊이지 않는다. 의왕시재활용센터는 하루 평균 음식물 쓰레기 차량 10대, 재활용품 차량이 50대 정도 들어온다.

입구에 들어서 가장 먼저 보이는 음식물 자원화실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흘러나온다. 이곳에서는 하루 50t에 해당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이물질을 분리하고, 물을 짜낸 뒤 건조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건조된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나 동물 사료로 쓰인다.

작업자들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 재활용선별실이다. 수거된 재활용품을 분리하고 종류별로 모아서 압축하는 과정이 여기서 이뤄진다. 포대기에 가득 찬 재활용품을 풀어 2층 선별장으로 올려보내면 직원 8명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가득 쌓인 쓰레기를 비닐, 갈색병, 녹색병, 무색병, 종이 등으로 나눠 담는다. 갖가지 쓰레기가 짧은 시간 한꺼번에 쏟아지는 탓에 종류를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작업자들은 숙련된 솜씨로 재활용품을 빠르게 분류해 냈다.

환경부에서는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과 뚜껑은 분리한 뒤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할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컨베이어 벨트 위로 지나가는 쓰레기 대부분은 내용물이 남아 있거나 라벨이 붙어있었다.

선별장 작업자 A씨는 “음식물 쓰레기가 그대로 담겨있거나 분변이 담긴 기저귀를 재활용품으로 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이곳 작업자들은 깨진 유리나 남은 가스가 들어있는 부탄가스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화재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부터는 쓰레기양이 많아져 컨베이어 벨트 속도도 빨라지고 일손이 바빠진 게 확연히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재활용선별실 건너편에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압축 파쇄동이 있다. 재활용되지 않는 생활폐기물이 모이는 곳이지만 페트병이나 알루미늄 캔 등 재활용 쓰레기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의왕시재활용센터 이래범 운영부장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105.6t이었던 스티로폼 쓰레기가 올해 같은 기간에는 131.1t 들어왔다”며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이용이 증가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양의 쓰레기가 들어오더라도 더 많은 양이 재활용된다면 소각비용도 줄어들고 국가적인 재정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잘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의왕시재활용센터 재활용선별실에 도착한 쓰레기가 분리과정을 거친 뒤 압축돼 옮겨지고 있다.

의왕시재활용센터 재활용선별실 작업자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쏟아진 재활용품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다.

■ 코로나 시대의 별을 찾다/ 제로웨이스트 매장 ‘알맹상점’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등 재활용 가능한 제품들 판매

지구 살리는 의미 있는 활동 쓰레기 줄이려는 노력서부터

해가 지날수록 여름은 더욱 더워지고, 봄과 가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음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1℃. 지구 평균 기온의 작은 변화는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 태풍과 허리케인 등 세계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인류에게 경고를 전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온 상승. 그리고 뜨거워진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심각한 메시지를 전달받은 우리는 이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환경을 생각한 실천이 막연하고 어색한 이들에게 그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곳이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매장 알맹상점을 찾았다. 이곳은 망원시장 일대에서 ‘플라스틱 프리(free)’ 운동을 펼치던 시민 활동가 셋이 의기투합해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판다는 뜻에서 상점 이름을 ‘알맹’이라고 지었다.

매장 한편에 아기자기하게 진열된 상품들은 흔하게 쓰는 제품들이지만 자세히 보면 소재가 남다르다. 생분해 대나무 밴드, 종이치실, 대나무 칫솔, 재활용이 가능한 실리콘 랩,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천연 수세미 등 자연으로 그대로 돌아갈 수 있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들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세제나 샴푸, 바디로션 등의 액체류 상품이 큰 통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알맹상점에서는 직접 용기를 가져오거나 이곳에서 재활용 병을 500원에 구입하면 원하는 양만큼 용기에 담아 가져갈 수 있다. 재활용 병을 세척하고 소독할 수 있는 장치도 한곳에 마련해 뒀다.

상점을 찾는 이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환경을 위한 가치있는 실천은 젊은 세대에게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었다. 11일 알맹상점을 찾은 김미정(29·서울 망원동)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동물권에 관심이 생겼고 동물을 보호하며 만든 제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가치있는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알맹상점을 잘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맹상점 이주은 공동대표는 “멀리서 오시면서 저희 상점을 이용하기 위해 무거운 용기를 다 싸들고 오시는 손님들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번거롭고 불편한 과정이지만 나 한 명이라도 바뀌지 않으면 지구의 위기가 바뀌지 않을 거라는 절박한 마음이 지금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알맹상점의 출발은 단순했다. 장을 보면서 나오는 수많은 포장재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공동대표 세 명의 뜻이 모아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만만치 않았다. 비닐포장 없이 납품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야 했고, 대용량으로 납품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 보니 어떻게 제품을 받을지 기준을 마련해야 했다. 게다가 화장품은 대용량이 아니면 납품할 수 없다고 퇴짜 맞기 일쑤였다.

이주은 대표는 “환경문제에 있어서 일차적으로 국가에서 제도적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들이 이행할 수 있도록 이어져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부분들이 부족한 것 같다”며 “알맹상점의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구를 위한 의미있는 실천은 알맹상점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커피숍에서 텀블러를 사용하고, 식품을 살 때 가져온 용기에 담아오고, 배달음식 시킬 때 일회용 수저를 빼 달라고 요청하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이 땅을 밝히는 아름다운 빛을 만들 수 있다.

12월 11일 알맹상점을 방문한 손님이 친환경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알맹상점은 장을 보면서 나오는 수많은 포장재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알맹상점에서 판매하는 대나무 칫솔

알맹상점에서 판매하는 천연 수세미.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