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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남북 문학의 지평 넓히기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0-12-15 수정일 2020-12-15 발행일 2020-12-20 제 322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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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유명한 작가인 백남룡의 소설 ‘벗’을 미국 도서관 잡지인 「라이브러리 저널」(Library Journal)이 올해 최고의 세계 문학 중 하나로 선정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라이브러리 저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백남룡의 소설 ‘벗’ 영문판인 ‘프렌드’(Friend)가 ‘2020년 최고의 세계 문학’ 10작품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1988년 쓰여졌습니다만 올해 4월 조지워싱턴대학교 임마누엘 김 교수가 영문판으로 발간했습니다. 북쪽 작품을 통해 통제된 사회인 북쪽의 사회상과 변화된 모습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문학작품은 그 시대 사회상이 반영된 결과물일 수밖에 없고 북쪽과 같이 통제된 사회에서 현실로 축적되지 않은 삶의 모습들을 상상력만으로 그려낼 수 없기에 현실을 매우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그 줄거리를 보면 예술단에서 성악가로 활동 중인 젊은 여성이 남편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생기는 내용들입니다. 이 소설에는 당시 당사자와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과 이 소송을 맡았던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책을 읽을 당시 북쪽에 ‘이혼’이라는 현실이 있다는 점이 저로서는 매우 깜짝 놀랄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체제 선전적인 내용들로 가득하고 각 개인이 규격화된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북쪽에서 ‘가정’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소설이 쓰여졌다는 점에서 묘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번 선정 소식을 들으며 한글을 사용하는 남북의 문학작품이 국제사회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인정을 받아 간다면 결국 남북 통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큼 국제사회에서 동질성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수용될 수 있는 언어로 번역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노벨상과 같이 지명도가 큰 상에도 도전할 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의 수용성 이전에 국내에서 수용성이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북쪽 사회의 생활상이나 모습들을 국제사회보다 통일 당사자인 우리가 먼저 접하는 것이 선차적이기 때문입니다. 체제 선전적인 내용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만 이와 무관한 북쪽 주민들의 생활상이나 인식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학작품들을 조금은 유연하게 허용해 준다면 이질감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이 상호 허용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러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쪽 문학작품을 일정 기준 하에서 허용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