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 (상)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12-15 수정일 2020-12-15 발행일 2020-12-20 제 322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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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매들의 학교’로 시작
1830년 요셉 블룸 신부가 창립
스위스 성 십자가 수녀원이 모원
베네딕도 규칙서 따라 살면서 1892년 정식으로 연합회 가입

스위스 캄에 있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의 모원 성 십자가 수녀원 전경.

19세기와 20세기 교회 안에 생겨난 수도회 수는 이전 세기에 일어났던 수도회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이는 당시 교회가 직면하고 있던 세상의 탈 그리스도교화라는 도전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1830년 요셉 블룸 신부는 스위스 루체른 주 발덱에 ‘가난한 자매들의 학교’라는 이름으로 공동체를 창설했다. 당시 호호도르프의 성 베드로 바오로 대성당에서 사목하던 블룸 신부는 정치적 박해와 산업혁명 영향으로 도시로 몰려든 소녀들을 지도할 목적으로 공동체를 세웠다. 이들의 공동생활은 1841년 수도 생활로 변모돼 1844년 10월 5일 교구장 주교에 의해 회헌이 인준됐다.

그러나 수도자들은 스위스 연방 의회 결정에 따라 발덱에서 추방돼 추크(Zug) 주 캄으로 공동체를 옮겨 수도 공동체 생활을 새롭게 시작했다. 이곳에서 1859년 수녀원을 완공했다. 인근에 성 십자가(Heiligkreuz) 순례 성당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하일릭크로이츠 수녀원’, 즉 ‘성 십자가 수녀원’이라 불렸다. 이 수녀원은 바로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의 모원이 된다.

수녀회는 1887년부터 베네딕도 규칙을 선택하면서 베네딕도회 수도승 생활 전통 안에 살고자 결정했다. 그리고 1892년 9월 11일 이탈리아 시에나의 성 베네딕도회 ‘몬테 올리베또 성 마리아 수도원’과 성 십자가 수도원 사이에 정식으로 연합회 가입 수락서가 교환됐다.

베네딕도회 몬테 올리베또의 성모 마리아 연합회는 베르나르도 똘로메이(Bernardo Tolomei, 1272~1348) 성인에 의해 설립됐다.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태어난 그는 깊은 회심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41세가 되던 1313년에 모든 것을 버리고 두 동료와 함께 아꼬나 골짜기에 들어가 철저한 가난과 금욕, 침묵 가운데 기도에 전념하는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거룩한 삶이 알려지며 제자들이 모이자 몬떼 올리베또에 수도원이 세워졌고 1319년 아레초의 주교로부터 수도회 인가를 받았다. 이때 수도원은 베네딕도 수도 규칙을 선택해 회수도승 생활양식을 따르게 됐고 1344년에는 클레멘스 6세 교황에 의해 몬떼 올리베또의 성모 마리아 연합회로 인준됐다. 연합회는 본래 봉쇄 안에 살며 관상 생활을 지향하지만 시대 환경의 요구에 따라 활동적인 사도직에 참여하는 수도공동체도 가입돼 있다.

성 십자가 수녀원은 외방 선교를 본래의 목적으로 하지 않았으나 시대와 환경 요구에 따라 1931년 9월, 6명의 수녀를 중국 연길에 파견함으로써 오늘날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초석을 놓았다. 이후 1981년 9월 14일 성 십자가 수녀원은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아 한국 수녀원을 완전히 자립시켰다. 이로써 두 수녀원은 동등한 자립수녀회(Priorat)로 ‘성 십자가’ 연합을 맺어 현재까지 동행하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