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김하종 신부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12-08 수정일 2020-12-08 발행일 2020-12-13 제 322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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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 두른 신부’가 전하는 안나의 집 이야기
‘코로나19’로 어려움 직면해도 꾸준히 이어 온 나눔의 기적
275일간의 생생한 기록 담아
“망설이지 말고 나눔 시도하길”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도시락을 준비 중인 김하종 신부.

예수 그리스도는 권세 있는 사람들을 자리에서 내치시고 겸손한 사람들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기쁘게 반겼고 배고픈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를 불렸으며 죄지은 사람들을 자비로이 용서했다. 또한 누덕누덕 기워진 앞치마를 두르시고 배반자 유다 이스카리옷의 두 발을 씻겨주셨다.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는 “주님은 다정하게 받아주시고, 용서하시고, 품어주시며, 속삭이신다”고 말한다. 그리고 “경이로운 신성을 지닌 주님은 나의 삶 속에서 매 순간 함께 숨 쉬고 계신다”고 덧붙인다. 삶 속에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는 김 신부에게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요청하신다. 그리고 그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인 그는 가난하고, 고통받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안나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피안사노에서 태어난 김 신부는 선교를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1992년 빈민사목을 시작으로 1993년부터 무료급식소인 평화의 집을 운영했던 김 신부는 IMF 사태 이후 늘어난 노숙인들을 위해 안나의 집을 설립했다. ‘안아주고 나눠주고 의지하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안나의 집은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노숙인 500여 명의 한끼를 책임지고 있는 안나의 집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전에 없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급식소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전염 가능성을 피하고자 구내식당을 폐쇄하라는 시의 제안과 550명의 가난한 이들에게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했던 김 신부는 “안나의 집은 이 어려운 시기를 삶에 더 깊이 들어갈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며 “고통은 신의 형벌이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우고 삶에서 중요한 것의 본질로 나아갈 새로운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에는 두려움이 기적으로 바뀌었던 275일간의 기록이 담겨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못하는 대신 도시락을 제공하게 된 안나의 집. 그 덕분에 일거리가 늘었지만 기적처럼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안나의 집을 찾았다. 또한 누군가는 도시락을 나눠줄 수 있도록 성당 마당을 내어줬으며, 누군가는 어렵게 모은 돈으로 마련한 금을 안나의 집에 전달했다.

김 신부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작은 나눔이라도 망설이지 말고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전히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것, 지금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김 신부는 강조한다.

김 신부는 “안나의 집에는 사랑, 나눔, 형제애 및 연대라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전염이 시작됐다”며 “이 책을 통해 이 전염병 시대에 안나의 집에서 보고 경험한 많은 아름다운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싶다”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