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백두산과 갈등의 덫 / 황소희

황소희(안젤라),(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
입력일 2020-12-08 수정일 2020-12-08 발행일 2020-12-13 제 322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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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을 직접 보고 왔을 때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같이 백두산을 찾아간 방문객들은 장대한 산줄기를 보고 이유를 모를 감동에 눈을 붉히기도 했고, 정상까지 가는 길이 힘들다고 구시렁거리던 것은 잊은 듯이 절경을 담아내기 위해 신나게 사진을 찍곤 했다. 그들이 백두산에서 눈물을 흘리던 까닭은 이 산이 상징하는 것이 북한, 분단, 민족의 시원(始原)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정서적 인식은 평소 분단과 통일 문제에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도 막상 백두산 산봉우리에 도착하면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인식을 구성해 내는 정체성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중단됐으나, 중국을 통한 백두산 관광은 연길지역에서 출발해 단동까지 북중접경지역을 둘러보는 패키지 여행으로 이뤄졌다. 관광버스를 타고 달리며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북한의 실제 모습이었고, 컴컴한 밤중에도 화려하게 반짝이는 네온사인이 가득하던 도시에서 계곡만한 강줄기 건너편에 있던 지역이 불빛 하나 찾아보기 힘든 북한이었다. 그 강줄기를 타고 많은 북한 주민이 탈북했을 것이었다. 뚜벅이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집 밖으로 아이를 마중 나온 여성이 한눈에 보일 만큼 중국에서 바라본 북한은 가까이 있었다.

북중접경지역을 자주 방문한 이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해가 지날수록 중국의 북한 접경지역 주요 거점에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고급화되고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북중접경지역에 대한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인상은 이 지점에 근거했다. 한국 관광객이 북한을 간접 체험하기 위해 중국의 북한접경지역에 방문하지만, 결국 분단 상황이 중국 동북지역의 관광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딜레마적인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말이다. 남북관계에 진전 없이 중국을 통해서만 북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관광산업으로 이익을 얻게 되는 중국 동북지역 주민과 지방정부가 남북한의 분단과 적대관계를 암묵적으로 바라는 이해당사자가 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 간 갈등의 덫이 길어질수록 이 기우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갈등의 덫에 갇힌 채 그대로 머물면, 우리는 전망을 잃어버립니다. 지평은 제한되고, 실재 자체는 산산이 부서지고 맙니다”(「복음의 기쁨」 226항)라고 권고한 바 있다. 우리가 중국을 거쳐 백두산에 도착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단지 북한과 통일, 평화에 대한 감수성에 그친다면 우리가 장기적으로 치러야 할 미래 비용이 크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북중접경지역은 물론 전 세계 관광 상품 전수가 마비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는 시기에 서 있다. 북한에 직접 방문하고 북중접경지역에 남한도 관여된 관광상품이 많아져 갈등이 아닌 상호 호혜에 입각해 남한과 북한, 중국 삼자가 모두 이익을 얻어 가는 관광산업구조가 형성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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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희(안젤라),(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