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 임미정 수녀

임미정 수녀,(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영원한도움의성모수도회
입력일 2020-12-08 수정일 2020-12-08 발행일 2020-12-13 제 322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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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그곳에 앉아서 얘기하면서 일어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문장은 도로시 데이(1897~1980) 자서전(「참사람되어」 번역본, 2008) 마지막 문장입니다. ‘도로시 데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미국 크리스천 아나키스트, 여성운동가, 진보적 가톨릭운동가, 노동운동가, 반전평화운동가, ‘가톨릭일꾼운동’ 등 여러 호칭으로 설명되지만, 저는 로버트 콜스의 표현을 빌려 ‘뿌리로부터 온전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가톨릭신문사로부터 작년 말에 ‘신앙인의 눈’ 글 요청을 받고 며칠간 식별 끝에 수락을 하고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현재 제가 활동하고 있는 소임(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회) 안에서 소재를 찾아 독자들께 신앙적 영감을 주는 글을 써야 하는데, 수도자들의 JPIC(정의-Justice, 평화-Peace, 창조질서보전-Integrity of Creation) 활동에 대해 익숙지 않는 분들께 어떻게 하면 교회와 사회, 나의 신앙에서의 연결점을 전해 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 소임을 ‘사명’으로 하고 있기에 JPIC활동에 대해 잘 알리기 위해 뭐라도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겁 없이 수락했습니다.

글의 주제와 내용은 물론 독자들 반응까지 고려하면서 정말 힘겹게 글을 써 제출하고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고, 매달 원고 마감일이 얼마나 빨리 찾아오는지 빚 독촉을 받는 느낌이었지만 또 글을 쓰기 시작하면 뭐라도 좀 더 알려 드릴까 하다 항상 지면 양을 넘겨 재수정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천적인 신앙인의 삶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것이 또한 즐거운 여정이었습니다.

이번 달에는 특별한 주제 없이 제 신앙 여정에 영향을 끼친 분들 얘기를 하려 합니다. 모두 기록하자면 아마 이 지면이 다 차겠지요? 그 중 제일 맏형은 당연히 예수님이시고요. 두 분만 선택하자면 제1성소로 이끈 ‘예수의 작은 형제, 샤를 드 푸코’와 제2성소로 이끈 ‘도로시 데이’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신앙의 유산이 제 안에 뿌리내리기까지 하느님과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실존적 질문이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찾은 하느님께 대한 갈망이 참으로 컸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앞서 비슷한 여정을 걸었고, 그렇게 찾은 하느님과 그분이 가장 사랑하시는 작은 이들에게 온전히 취했던 샤를 드 푸코와 도로시 데이를 많이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중 ‘도로시 데이’에 대해 짧게 소개합니다. 도로시 자서전 제목이 「긴 외로움」이고 그 안에서 핵심단락 제목이 ‘잣대는 사랑’입니다. 이 제목들에서 그녀의 삶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젊은 시절, 급진적 무정부주의 사회운동을 하며 신을 부정하기까지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타고 난 신앙감을 인식하고 있었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 새 생명을 얻으며 하느님께 온전히 귀의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작은 이들 안에서 온전히 뿌리를 내립니다. 다음은 예수님을 향한 그녀의 ‘애가’입니다. “나는 가난과 정결과 순명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즉, 나는 살기 위해 죽고 싶었고, 옛사람을 버리고 그리스도를 입고 싶었다. 다시 말해 나는 사랑했고, 사랑에 빠진 모든 여인들처럼 내 사랑과 결합하고 싶었다.”

그녀에 관한 많은 것들, 가톨릭일꾼운동, 신문, 환대의 집, 열린 교회론, 경배(예배)론, 경작 문화, 공동체론, 진보적 사회관, 참된 자선 등 그녀의 많은 글과 연설, 일과 사람에 대한 기록이 모두 아름답고, 아프고, 거룩했습니다. 그녀로부터 영감을 받은 많은 이들의 일꾼운동, 그리고 딸 타말과 손녀 마사 헤네시로부터 이어오는 평화운동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손녀 헤네시는 평화활동가로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된 ‘강정’에도 다녀갔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마감일에 노심초사하며, 또 한편 즐겁게 ‘신앙인의 눈’ 글을 마치며 도로시 데이의 삶을 짧게나마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갈망으로 작은 이들과 함께 걸었던 그녀의 이야기는 JPIC활동을 통해 하느님과 사회와 나 자신을 통합하며 나아가야 하는 제 소임 안에서,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맞이하게 될 예수님 성탄을 기다리는 독자 여러분의 신앙과 생활 안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함께 이 아름다운 서사의 여정을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신앙인의 눈’ 칼럼을 기고해 주신 임미정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임미정 수녀,(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영원한도움의성모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