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제 때 제 장소에서 제 할 일을 사랑으로! / 정현희 수녀

정현희 수녀,(‘꿈사리공동체’ 시설장)
입력일 2020-12-01 수정일 2020-12-01 발행일 2020-12-06 제 322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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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때 제 장소에서 제 할 일을 사랑으로!’ 청소년들의 아버지 성 요한 보스코와 함께 살레시오 수녀회를 공동창립한 성녀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의 말씀이며, 꿈사리공동체의 가훈이다.

나에게 이 말씀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나와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의 충실한 현존을 체험하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다.

제 때 제 장소에서 제 할 일을 사랑으로!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 구원을 위하여!

마자렐로 성녀는 소녀들과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들에게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서 하고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갚음을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한테서만 기대합시다”라고 자주 말씀하시면서 아무리 사소한 행위라도 그 안에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담겨 있으면 그것은 가장 위대하고 거룩한 모범이 됨을 삶으로 보여 주셨다. 성녀는 자주 지나가는 딸들에게 “지금이 몇시죠?”라고 묻고 딸들이 멈칫하고 있는 것을 보시고 “지금은 주님을 더욱더 사랑할 시간입니다”라고 말하라고 가르쳐 주셨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대공황 상태에 빠진 2020년, 나는 고통 중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며 얼마나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행위로 영혼 구원을 위해 공동체와 일치하며 살았는지 성찰해 본다. 올 한 해도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 구원을 위해 조금 더 기도하고, 조금 더 사랑하기 위해 깨어 살지 못한 나의 나태함과 불충실함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변함없는 하느님의 충실한 현존은 남남갈등의 골이 더 깊어져만 가는 한국사회의 반목과 혼란 속에서 탈북 청소년들과 평화롭고 기쁘게 살게 하는 백신이었고,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는 세상에 만연한 비극과 절망에 아파하는 우리 영혼을 회복시켜 주는 치료제였음을 감사드린다.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 남북한 젊은이들과 함께 지나간 우리 분단의 시간을 하느님 자비에 맡기며 화해와 치유의 기적을 일으켜 주시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미래는 하느님 섭리에 맡기며 지금은 통일에 앞서 평화롭게 함께 사는 법을 배워 나가는 지혜를 주시라 간청한다.

나는 탈북 청소년들 모습 안에서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가며 우리가 잃어버린 예수님의 얼굴을 본다. 우리나라는 분단으로 잃어버린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기 위해 진영논리에 따른 정쟁을 멈추고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며 연대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이 땅에 평화가 강물처럼 넘쳐 흐르고 우리 민족은 화해와 용서로 이룩된 하느님 나라라는 하느님의 꿈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제 때 제 장소에서 제 할 일을 사랑으로! 할 때 반드시 코로나19도 극복하고 그 꿈을 이루리라. 새해 우리 모두 꺼지지 않는 희망과 불굴의 용기를 가지고 이 꿈에 도전하기를 초대하며 지금 여기서 나부터 시작해 본다.

※그동안 민족화해일치 칼럼을 기고해 주신 정현희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정현희 수녀,(‘꿈사리공동체’ 시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