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오후 2시, 제주 이시돌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제5대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착좌식이 열렸다.
비가 내렸지만 내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앞두고 첫 제주 출신 교구장을 맞이하는 착좌식장은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 성당을 찾은 신자들은 손소독과 발열 체크, 비표 확인을 위한 긴 줄을 기다리면서도 새 교구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 있었다. 새 목자를 맞이한 현장 모습을 소개한다.
◎…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참석인원이 총 600여 명으로 제한됐지만 참석자들은 새로운 교구장을 열렬히 축하했다. 또한 서품식 전부터 온 많은 비에도 참석자들은 제5대 교구장 문창우 주교 착좌를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이날 교구장 착좌미사에는 문 주교 사목표어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에 맞는 영적 예물 봉헌, 성가 등이 준비됐다.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도 착좌식 전 인사말에서 “제5대 제주교구장 문 주교 사목표어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요한 17,21)에 요약된 계획이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남김없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내년 제주교구 설립 50주년이 교구 모든 이들이 함께 걷는 신앙의 여정이 되길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또한 유창한 한국어로 “사랑하는 문창우 비오 주교님 당신은 젊습니다. 계속해서 당신의 양떼를 돌보아 주세요”라고 당부해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 새 교구장을 맞아 내린 축복의 비
11월 22일 제주에는 새 교구장을 축복하듯 식전부터 행사 끝까지 많은 비가 내렸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축하식에서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문창우 주교를 위해 난개발로 물이 부족해진다는 제주에 축복의 비를 내리셨다”며 좌중을 웃게 했다.
교구 운전기사 사도회는 새 교구장을 축하하는 빗속에서 교구장을 맞아 성이시돌 삼위일체대성당을 찾는 내빈들을 안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회장 김영수(베드로·63·신제주본당)씨는 “봉사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며 “문 주교님 교구장 부임을 축하하며, 제주도 내 어려운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신자들을 단합하는 교구장님이 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 가족들의 뜨거운 눈물
서품식장 맨 앞에 자리 잡은 문 주교의 아버지 문종수(요셉·90·동광본당)옹과 어머니 김양희(아가타·87) 여사, 누나 문정인(가타리나·60)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착좌식 내내 기뻐하며 때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여사는 “항상 건강하고 교구민들을 잘 아우르고 사랑으로 감싸는 짐을 이고가는데 열심히 뒤에서 응원하고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부친 문옹도 “무척 기쁘고 교구장님을 위해 많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생 문창건 신부(제주 화순본당 주임)는 “교구장이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더 기쁘게 응답하고, 부족할 때마다 내어 맡길 수 있는 마음으로 잘 걸어나가길 바란다”며 “누구보다 항상 따뜻한 겸손과 기쁨의 미소를 갖고, 세상에 소외받고 아픈 이들에게 가장 따뜻한 교구장님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제주도민들이 하나된 새 교구장 맞이
이날 착좌식에서 성가 연주를 맡은 제주교구 청년밴드 ‘13st’는 문창우 주교 요청으로 한 달 동안 착좌식에 쓰일 성가들을 준비했다. 특히 축하곡으로 평소 문 주교가 좋아하는 ‘나의 정배’를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단장 서경수(프란치스코·신제주본당)씨는 “문 주교님께서 저희에게 성가 준비를 요청해, 교구 내 청년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도구로서 보여주시려 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착좌 미사에서 전례는 교구 내 청소년들이 맡았다. 교구장을 상징하는 목장은 초등부 학생들이 전달했다. 보편지향 기도는 학생들과 청년이 담당해 모든 세대와 소통하고 싶은 문 주교 의지를 보여줬다.
제주도민들과 하나되고자 하는 마음은 전례 퍼포먼스와 영적 예물 봉헌식에서 잘 드러났다. 이날 전례 퍼포먼스를 보여준 문화공동체 ‘이솔라 디 파체’(isola di pace)는 노인, 아이, 군인, 아픈이들로 분장해 모두를 아우르는 제주 교구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영적 예물들도 제주 4·3사건을 상징하는 ‘동백꽃’, 제주 해녀들이 잡은 어패류를 담을 때 쓰는 ‘태왁’, 조랑말 조각상 등을 비롯한 제주를 보여주는 상징물들로 준비했다. 이는 제5대 제주교구장 문 주교 손에 차례차례 안겼다. 문 주교도 착좌식에서 주교문장에 담은 의미를 설명하며 모두를 아우르는 제주교구가 되도록 이끌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