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착좌 - 특별 인터뷰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0-11-24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20-11-29 제 3221호 1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형제애로 모든 이와 연대하며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내년 교구 설정 50주년 앞두고  모든 사목 분야에서 내실화 다짐
“교구민과 함께 시대 징표 식별하며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
 해군기지·제2공항·관광지 조성 등 제주가 처한 현안에도 깊은 관심
“그리스도인이 지닌 사명 식별하고  시대에 빛과 소금의 삶 실천하길”

신임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가 11월 18일 오전 제주교구청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 중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문창우 주교가 11월 22일 제주 이시돌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제5대 제주교구장으로 착좌했다. 제주 출신 첫 주교이자 첫 교구장에 이름을 올린 문 주교는 1997년 신축교안 심포지엄에서 ‘교회의 선교사적 반성과 화해’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으며, 2018년에는 제주 4·3 70주년 특별위원회 위원장, 2019년 제주교구 3·1운동 100주년 기념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제주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제주 지역과 교회가 유기적인 관계 속에 협력과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해 온 ‘제주의 사목자’다. 문 주교를 11월 18일 제주교구청에서 만나, 교구장 착좌 소회와 앞으로 펼칠 사목에 대해 들어봤다.

■ ‘형제애’에 기초한 소공동체

신임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교구장 부임 소감으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그간 살아온 행적이 퍼즐처럼 연결되듯 하느님께서 내게 작업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주교는 이날 교구장으로서 펼칠 사목에 대해 전임 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주력해온 생태사목과 함께 ‘형제애에 기초한 소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4일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도 강조된 공동합의성(Synodalitas)을 언급했다.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형제애’는 그저 좋은 이웃에 그치지 않고, 모든 문제를 형제의 눈으로 바라보며 하느님 백성뿐만 아니라 주변 전문가 등 사회 내 모두와 협력하고 연대하자는 것입니다. 이는 제주 내 여러 문제에 접근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주교는 이를 위해 내년 교구 설정 50주년 맞아 ‘복음의 기쁨 센터’(가칭)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교구사를 조명하는 한편 가정과 소공동체, 이주민, 청소년 등 모든 사목 분야에서 내실을 다져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문 주교는 “항상 ‘천주교 신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제대로 응답할 수 있도록 교구민과 함께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고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먼저 교구 설립 이전부터 시작된 하느님의 섭리를 정리하는 내실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목 현장에서 공동합의성이 이행되지 않고, 성직자 중심 사목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교구사제들 대상으로 서품연차별로 다양한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시대에 맞는 사목 실천을 위한 ‘친교’

문창우 주교는 이날 1901년 천주교인과 제주도민들 사이의 갈등이 불러온 비극인 신축교안을 설명하며 이를 ‘시대가 부르는 교회에 대해 인식할 수 있던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문 주교는 “그간 교회는 제주와 함께하는 것이 아닌 권위 있는 모습으로 가르쳐 주려고 했기에 수많은 갈등을 일으켰다”며 “우리가 신축교안을 모두가 구원받는 ‘예수님 십자가 희생’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신학적으로 조명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구는 이를 위해 내년 신축교안 1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그 의미를 조명할 계획이다.

제주는 현재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외에도 제2공항,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자원 개발 등 다양한 현안들에 직면하고 있다. 문 주교는 이를 그간 우리 사회가 가진 이원론적 접근이 아닌, 통합적인 관점에서 경청하는 ‘친교’로 다가가자고 제안했다.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인 ‘친교’란 단순히 밖에서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가운데 논의에서 드러나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기 비움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이 고통의 덩어리가 아닌 구원으로 가는 내용이 담긴 길이라고 여기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이주민 보호시설 ‘나오미센터’ 등 교구가 제주 안에서 노력한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주교는 “우리는 시대마다 다양해지는 하느님 모습에 맞춰 쇄신해야 한다”며 “난민들이 처한 상황을 동정이 아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문제가 될 수 있다 생각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구는 난민들을 위해 앞으로 신자 뿐 아니라 담당 사제 중심으로도 다양한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옅어진 신앙에 대한 우려에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신자들이 일상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사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주교는 “코로나19는 우리가 본질적인 것을 제대로 추구해왔는가를 성찰하는 시기를 맞게 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을 대비해 신자들이 일상적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목 방안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자들은 어느 때보다 ‘언행일치’된 신앙을 원한다”며 “각자가 현실 안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신앙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그리스도 사명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제주교구

문 주교는 이날 전임 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교구에서 펼쳐온 사목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문 주교는 “강 주교님은 예언자적 삶을 살아가며 제주도민들에게 가장 큰 아픔 중 하나인 4·3사건을 교회 지도자로서 어루만지고 공감해주며 현실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셨다”며 “실제 삶 안에서 복음적 가치를 늘 고민하시고 현실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에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준 빛과 소금 같은 분이셨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자들과 사목자들이 함께 강 주교가 교구에 제안한 사목인 ‘생태 안에서 하나 되는 공동체’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요청했다.

문 주교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신자들은 활발하고 헌신적”이라면서 “그간 신자들이 보여준 헌신과 희생에 대해 감사하고, 이 시대를 그리스도 사명 안에서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시대를 살아갈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목자, 신자 모두가 이를 식별하고 책임감을 가지면서 하느님이 이 시대에 허락한 빛과 소금의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함께하길 바랍니다.”

◆ 문창우 주교는

제주 출신 첫 주교로, 1963년 출생해 오현고등학교와 제주대학교를 졸업했다.

1996년 사제서품 이후 서문·중앙주교좌본당 보좌, 중문본당 주임, 제주교구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2006~2016년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직과 영성지도를 맡았다.

제주 신성여자중학교 교장이던 2017년 제주교구 부교구장으로 임명됐으며, 이후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을 맡아 왔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