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 의미와 행사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0-11-24 수정일 2020-11-24 발행일 2020-11-29 제 3221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신부님께서 걸으신 순교의 길, 함께 따르겠습니다”
내년 성인 탄생 200주년 기념해 순교 영성 기리며 따르기 위해 희년 기간 동안 전대사 수여
29일 개막미사·선포식 시작으로 도보 순례와 전시 등 행사 다채
6월 11일 교구별 사제대회 열고 8월 21일 전 신자 신앙대회 개최
영화 제작과 연극 공연 계획도
한국교회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11월 29일(대림 제1주일)부터 2021년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 1년을 희년으로 선포한다.

한국인 최초 사제이면서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인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은 한국교회만의 축제가 아니라 보편교회의 공감 속에 진행된다는 데서 특별하고 감격스런 의미를 지닌다.

복자가 지역교회 차원에서 공경을 받지만 성인은 전 세계 교회에서 공경을 받는다는 점에서, 성 김대건 신부는 1984년 시성 이후 전 세계 천주교인들로부터 공경을 받아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희년 선포는 성 김대건 신부가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인물로 선정된 사실과 더불어 그가 한국교회를 넘어 보편교회 속 신앙의 모범으로 뚜렷이 인식되고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희년 선포 배경과 의미

성 김대건 신부 희년 선포는 탄생 ‘200주년’이라는 시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주년이 왜 특별한 의미를 갖는지는 성 김대건 신부의 출생부터 그가 걸어간 순교의 길을 따라가면 알게 된다.

1821년 8월 21일 충청도 솔뫼(현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에서 태어난 성 김대건 신부는 24세 때인 1845년 8월 17일 중국 상하이 진쟈샹성당에서 사제로 서품되면서 한국인 최초의 사제가 됐다. 그가 사제로 사목활동을 펼친 기간은 1846년 9월 16일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을 당해 순교하기까지 1년 1개월에 불과하지만 한국인 최초의 사제가 모진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양들을 돌보다 순교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의 튼튼한 뿌리이자 자양분이 됐다.

성 김대건 신부는 1925년 7월 5일 로마 교황청에서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시복됐고 1984년 5월 6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됐다.

성 김대건 신부 탄생 100주년이던 1921년은 아직 시복되기 전이고 일제 강점기였다. 또한 오늘날과 비교하면 당시 교세(1920년 기준 신자 수 약 9만 명, 한국교회사연구소 「인사이드 한국천주교회」 참조)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교회는 신자 수가 500만 명이 넘을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희년은 그의 순교 정신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한 한국교회가 성 김대건 신부가 걸어 갔던 믿음과 순교의 길을 배우고 따라 걷자고 다짐하는 기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가 11월 29일자로 발표한 희년 담화 ‘당신이 천주교인이오?’(1846년 8월 26일 옥중 서간)에서 “이제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을 맞는 우리도 신부님의 모범을 본받아 삶과 행동으로 자신 있게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자”며 “우리 각자가 지고 있는 십자가와 세상이 주는 십자가를 짊어지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용훈 주교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김대건 신부님이 한국인 최초의 사제이기에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신부님이 보여 주신 삶이 훌륭했기에 공경하는 것”이라며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만을 섬기며, 오로지 하느님께 관심을 두고 사셨던 분의 삶을 우리가 성찰하고 실천에 옮길 것을 당부했다.

성 김대건 신부 희년 선포는 한국교회를 넘어 전 세계교회의 축제이기도 하다. 이것은 세계교회 안에 한국교회를 더 널리 알리고 한국교회 공동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23일 한국교회에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사랑하는 한국 국민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보낸다”는 메시지를 발표했고, 이에 앞서 교황청 내사원은 10월 12일 성 김대건 신부 희년 기간 동안 전대사를 허락하는 교령을 선포했다.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보편교회가 함께 기뻐한다는 뜻이다.

■ 희년 선포 주요 행사

한국교회는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선포하는 11월 29일 풍성한 행사를 마련한다. 우선 한국교회 주교단이 공동집전하는 희년 개막미사와 희년 선포식이 11월 29일 낮 12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열린다. 희년 개막미사 중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3D로 제작한 성 김대건 신부 흉상을 축복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정순택 주교)는 희년 개막미사 시작과 함께 당일 오후에 ‘임 가신 길, 임 따라 걷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희년 맞이 김대건 신부 치명 순교길 도보 순례를 실시한다. 순례단은 초중고, 대학생·청년·직장인·성인, 60세 이상 시니어팀으로 나뉘어 우포도청 터에서 출발해 절두산순교성지까지 도보 또는 전용차량을 이용한 순례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관장 원종현 신부)은 11월 28일 희년 특별 기념 전시 ‘오랜 기다림, 영원한 동행’을 개막해 희년 기간 동안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랜 기다림, 영원한 동행’ 전시는 성 김대건 신부를 미래를 내다 본 근대 지식인이자 유학생으로서 조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절두산순교성지는 희년 기간 동안 상설 고해소도 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손병선, 담당 조성풍 신부, 이하 한국 평협)는 11월 20일 상임위원회에서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신앙 쇄신운동 ‘희망의 빛이 되어 모두 제자리로’를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평협은 희년 실천 덕목으로 ▲공동체(본당·단체) ▲기후·환경(생태) ▲정의·평화 ▲생활실천 ▲가정·생명을 제시했다. 춘천교구는 희년을 맞아 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에 기념 포스터와 현수막을 설치한다.

9월 20일 열린 미리내 순교자 현양대회 중 김대건 성인 유해 행렬이 진행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유흥식 주교(오른쪽 세 번째)와 김홍장 당진시장(유 주교 왼쪽) 등 대전교구와 당진시 관계자들이 2019년 11월 14일 유네스코 총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전교구 홍보국 제공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메달 시제품.

■ 희년 기념 향후 계획

희년이 진행되는 1년 동안 한국교회는 다양한 신앙, 문화, 학술 등 행사를 마련한다.

교구별 희년 사제 대회가 2021년 6월 11일(사제 성화의 날)에 열리며, 전 신자 신앙 대회가 8월 21일(성 김대건 신부 탄생일) 대전교구 솔뫼성지에서, 전국 성령 대회는 10월 9일 역시 솔뫼성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희년 문화 축제도 풍성하다. 대전교구에서 2020년 12월 중 희년 기념 메달을 출시할 예정이고 ‘첫 사목의 날’ 문화행사가 2021년 10월 23일 대전교구 강경성당 일대에서 열린다. 대전교구는 2021년 12월 개봉을 목표로 성 김대건 신부 특집영화도 제작한다. 서울대교구는 희년 기념연극 ‘그 길을 따라서’를 2021년 9월 10~12일 거리극 공연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희년을 기념하는 학술 행사도 다양하다.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8월 17일~19일 대전교구 솔뫼성지, 합덕성당, 신리성지에서 열리고 수원교구에서도 10월 28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학술대회를 연다.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는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전기 자료집」 제1집~제3집을 수정, 보완해 올 12월 중 개정판을 발간한다. 대전교구 내포교회사연구소(소장 김성태 신부)도 2021년 연말까지 성 김대건 신부 관련 학술총서 3권을 발간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대교구는 성 김대건 신부와 순교자 유해 분포 현황을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희년을 마무리하는 폐막미사는 2021년 11월 27일 교구별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