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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심포지엄 - ‘동아시아 신학에 대한 성찰과 전망’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11-24 수정일 2020-11-25 발행일 2020-11-29 제 322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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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인들 삶, 대화로 깊이 공감하며 연대해야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교회 역할은 성찬례 통해 공동체성 회복하는 것
집전자 중심 수직화된 성사 벗어나 공동체의 능동적 참여로 거행돼야
다양한 문화와 전통 가진 동아시아 빈곤·전쟁 등 공통적 요소도 지녀
가난과 고통 짊어진 삶에 공감하고 복음의 빛에 입각해 전망 제시해야

11월 21일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에서 열린 제12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최현순 교수, 박준양 신부, 사회자 정운준 교수, 배형진 신부, 황경훈 박사.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은 11월 21일 경기 용인 소재 연구원에서 가톨릭신문사(사장 김문상 신부)와 공동으로 제12회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동아시아의 신학에 대한 성찰과 전망’을 대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회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 또 동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신학적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심포지엄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심포지엄 영상은 이 채널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심포지엄에서는 인도 예수회의 마이클 아말라도스 신부와 가톨릭대 교수 박준양 신부가 각각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교와 영성’과 ‘동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신학방법론적 성찰’을 주제로 발제했으며, 논평에는 우리신학연구소 황경훈 박사와 서강대 최현순 교수가 나섰다. 아말라도스 신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직접 참석하지 못해 아말라도스 신부의 제자인 말씀의 선교 수도회 배형진 신부가 대신 발표했다. 하지만 아말라도스 신부는 종합토론 시간에 줌(Zoom) 앱을 통해 함께 토론에 참석했다.

■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교와 영성

아시아 지역 종교간 대화와 다원주의, 선교방법론 관련 유명한 석학인 아말라도스 신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교와 영성’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생명공학, 로봇,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을 바꾸고 있고, 이는 그리스도인인 우리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말라도스 신부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환경에 놓인 그리스도인은 “기계를 만들고 사용하는 주인은 인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 것을 강조했다. 비록 로봇이 거의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고 인간보다 더 효과적이고 빠르게 일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을 만들고 조종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다만 로봇이 인간의 일을 하게 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기계가 발전하면서 인간을 기계로 여기게 되는 상황은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점점 더 많은 로봇을 사용하고 인간을 로봇으로 바꾸기까지 하는 갈수록 기술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말라도스 신부는 공동체성 회복을 그 답으로 꼽았다. 아말라도스 신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회가 복음화를 위해 힘써야 할 분야로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두고 무너져가고 있는 공동체를 성찬례를 통해서 새롭게 재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말라도스 신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공생활을 마무리하며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고 함께 식사를 하고 스스로 생명을 내어놓으시며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는 말씀을 실천하셨다”면서 “우리는 서로 봉사하고 나누며,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내어놓으며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말라도스 신부는 공동체성 회복에서 성찬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의 성체성사가 로마문화의 영향을 받아 수직화되고 의례화된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아말라도스 신부는 기본적인 ‘식사’가 지나치게 집전자와 예식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으로 수직화됐다면서 “성찬례 거행이 공동체의 식사로 재창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말라도스 신부는 “이러한 수직화된 동작은 공동체의 관점을 잃게 하고, 이에 공동체는 관망자로 남게 만든다”면서 “공동체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시아 문화에서는 서구에서 물려받은 성사신학을 재고하고 공동체가 성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의 행위로 이해하고 거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공동체를 중시하는 아시아적인 특성을 강조한 아말라도스 신부는 신학을 이해하는 데도 아시아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각을 통해 습득하는 지식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서구의 이성 인지이론을 통해서는 하느님을 알 수 없다고 역설한 아말라도스 신부는 “중국 전통의 도(道)나 인도 전통의 아트만-브라만(Atman-Brahman)에 중점을 둔 아시아의 신비주의적 관점에서 하느님을 탐구해 유럽의 합리주의와 물질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1일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에서 열린 제12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가톨릭대 교수 박준양 신부가 발제를 하고 있다. 이 심포지엄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같은 채널에서 전체 동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 동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신학방법론

가톨릭대 교수 박준양 신부는 ‘동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신학방법론적 성찰’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아시아 지역의 종교적·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살피며 아시아 신학의 기본 방법론인 귀납적 신학방법의 특징을 설명했다. 박 신부는 아시아 신학은 시대의 표징인 맥락과 상황을 파악하고 그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 복음을 살아가고 선포할 것인지를 찾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박 신부는 ‘상황’에서 출발해 ‘시대의 표징’을 읽고 성찰하는 신학방법론에 입각해 동아시아 지역 교회들이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나가야 할 길은 ‘대화를 통한 선포’라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동아시아 지역은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역사와 사회 상황에서 빈곤과 전쟁, 식민 지배의 경험 등과 같은 공통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면서 “이처럼 다양성과 공통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동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많은 대화로써 이해하며 깊은 ‘연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한 선포’를 위해 박 신부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가 제시한 ‘삼중 대화’에 주목했다. 박 신부는 “동아시아의 복음화는 단지 신자 수의 증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과의 대화, 다양한 문화와의 대화, 그리고 여러 세계종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동아시아 신학은 종교·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가난과 고통이라는 맥락에서 이뤄지는 동아시아 민족들의 삶을 대화로써 공감하고 복음의 빛에 입각해 해석하는 시각과 전망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박 신부는 동아시아 신학 발전을 위해 성령론적-그리스도론적 성찰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시대의 징표를 인식하고 대화를 통해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인도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신부는 “동아시아의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여러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대화하며 성령의 인도에 따라 지금 여기에서 발견되는 시대적 표징과 과제를 깨닫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동아시아 상황에 대한 인식과 체험, 그리고 그 안에서 교회의 실재와 사명에 대한 성령론적 차원의 식별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신부는 동아시아 신학의 주요 과제로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파레시아’(parrhesa)를 통한 증언 ▲통합의 신학 ▲평화의 신학 ▲대중신심과 신앙감각 ▲공동합의성 실현을 제시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