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부산교구 청년 대토론회 - ‘청년! 신앙의 길을 찾다’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0-11-24 수정일 2020-11-24 발행일 2020-11-29 제 322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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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청년회 위기… 젊은이 의견 경청하며 ‘동반 사목’의 길 찾다
학업과 일자리 문제 등으로 교회 떠나는 청년 수 늘어
코로나19로 침체 가속화 본당 청년회 해체되기도
바이러스가 일으켰다기보다 시대 징표 읽지 못한 교회 문제 드러낸 계기라고 진단
청년사목에 소홀히 했던 일부 사제 역할 부족도 지적
청년회 어려움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구체적 아이디어 공유
앞으로도 신앙·소통 중심으로 청년들과 대안 모색할 계획

학업과 일자리 문제 등으로 청년사목이 갈수록 침체되는 가운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부산교구 청소년사목국(국장 윤정현 신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청년! 신앙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부산교구 청소년사목국이 11월 20일 오후 8시 부산 남천동 푸른나무교육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청년 대토론회는 그 첫 시도다. 현장에는 부산교구 청년연합회(회장 성해랑)와 지구별 청년연합회 대표들, 각 본당 청년대표 등 60여 명이 모여 코로나19 시대 청년사목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 또 이날 대토론회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돼,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청년 신자들과도 온라인으로 의견을 공유했다.

11월 20일 오후 8시 부산 남천동 푸른나무교육관 대강당에 모인 부산교구 청년들이 코로나19 시대 청년사목에 대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

■ 어떻게 준비됐나

부산교구 청소년사목국은 매년 9월경 교구 청년연합회 연수를 열면서, 본당 청년회 새 임원들을 청년사도로 양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연수를 하지 못했다. 대학청년부를 맡고 있는 부국장 송승국 신부는 대신 9월 한달간 온라인으로 지구별 본당 청년회장단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화상회의를 통해 송 신부는 본당 청년회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송 신부는 화상회의에서 청년사목의 기본단위이자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본당 청년회의 힘든 상황을 깨닫게 됐다. 이번 기회에 침체되는 청년사목을 본격적으로 진단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송 신부는 청년들에게 청년사목의 길을 묻는 대토론회를 기획하게 됐다. 대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송 신부와 교구 청년연합회는 2019~2020년 교구 현황 자료와 설문조사, 청년회장단 회의 등 사전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 어떤 의견 오갔나

“A본당 청년회가 사라졌습니다. 제가 알기로 내년에는 B본당 청년회도 문을 닫을 것 같아요.”

청년 대토론회에서 한 청년대표는 “긴 시간 미사가 중단되면서, 청년들에게 미사는 선택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토론 현장에서는 이외에도 “코로나로 인해 미사 외 모든 행사, 프로그램이 중지됐다”, “개인적 성향의 신앙이 두드러졌다”, “신입회원 모집이 힘들다”는 등 의견이 오갔다.

그러나 청년사목 침체 요인을 코로나19에서만 찾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양산지구 최준혁(요한 사도) 청년지구장은 “최근 언론에서도 직장이나 학교 등 문제로 부산을 떠나는 젊은이 숫자가 늘어나 인구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한다”며 “이미 청년사목 침체의 여러 요인이 문제가 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숨은 병폐를 밖으로 드러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부 청년들은 본당 사제나 수도자와의 소통 문제가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 청년은 “사목자의 고유 방식에 따라 청년사목도 너무 많이 변한다”며 “청년들이 신부님께 기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했더니, 본당 행사 일꾼 역할만 강요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또 다른 청년은 “술자리에서 즐거움을 찾던 청년들은 코로나19 이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그들이 술자리 말고 다른 데서 신앙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영적 지도자의 역할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청년회 결속력이 더 단단해진 사례도 발표됐다. 사직대건본당과 성지본당 청년회는 이전부터 회원들이 친교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이번 위기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성지본당은 미사가 중단된 시기 동안 청년들이 미사의 중요성을 더 강하게 느꼈고, 이 같은 경험이 보다 영적으로 충만함을 원하는 청년들의 적극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모라성요한본당 청년들은 본당에서 중심역할을 하는 50~60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본당 행사 때마다 청년회가 솔선수범해 나서고 있고, 이런 적극성을 보며 어른 신자들은 자신의 자녀를 청년회에 가입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금정지구 채민경(미카엘라) 청년부지구장은 “힘들어졌다고 도망갈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좀 해보자’면서 튼튼한 청년회를 만드는 데 합심하는 것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 소통은 계속된다

이날 청년들은 타 본당 청년회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구체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했다. 활동이 어려운 본당 청년회끼리 서로 연대하는 방법, 일상에서 신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책자 제작 등의 의견이 나왔다. 기존 청년회원과 신규회원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청년회 회원 관리 시스템이 개발돼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교구 청소년사목국은 이번 청년 대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청년들의 의견을 경청할 다양한 방안을 찾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특히 ‘신앙’과 ‘소통’을 중심으로 청년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송승국 신부는 “청년들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그들과 함께 동반하는 사목을 해야 한다”며 “신앙에 대해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고, 힘을 길러 나가는 것이 코로나19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교구 청소년사목국장 윤정현 신부도 “코로나19로 청년들이 겪는 고통은 사실상 이전부터 쌓여왔던 고질적 문제”라며 “청년들과 함께한 이 자리가 앞으로의 부산교구 청년사목 방향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인터뷰 / 부산교구 청년연합회 성해랑 회장

“청년은 교회 미래? 현재로 생각해주길”

“다양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의 의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은 교회의 미래라고 하지만, 사실 미래보다는 현재가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 교회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회가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부산교구 청년 대토론회 ‘청년! 신앙의 길을 찾다’를 함께 준비한 부산교구 청년연합회 성해랑(세레나) 회장은 청년사목이 미래가 아닌 현재 한국교회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청년회가 인원 감소와 규모 축소로 힘들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내실을 다지고 신앙의 소중함을 깨달은 청년회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비대면 형태로 신앙생활을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청년사목 변화에 대해 성 회장은 “비대면 시대와는 다른 형태의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회의 침체에 대해 성 회장은 과거와 별반 달라지려 하지 않았던 안일함도 주요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회장은 “같은 믿음을 가진 신앙 공동체 안에서 회원 각자가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청년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이번 대토론회 이후에도 다양한 소통 기회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조금 더 편안한 느낌으로 고민 상담도 하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규모 형태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어요. 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 편안하게 소통하는 ‘청년포차’ 형식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코로나19를 생각해 최대한 방역수칙을 지켜야겠죠?”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