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명예기자 단상] 삶과 죽음의 묵상

김미현(에스텔) 명예기자
입력일 2020-11-24 수정일 2020-11-24 발행일 2020-11-29 제 322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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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 날, 취재를 위해 마전동 묘원에 갔다. 아파트 뒤, 마트 바로 옆에 이런 묘지가 있었다니.

충격이었다. 삶과 죽음의 간격이 이리도 가까웠다.

조용히 미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 톨스토이 소설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을 필요로 하는가」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걸어서 돌아온 만큼 모두 너의 땅이다”라는 제안에 바흠은 해가 질 때까지 달렸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많은 땅을 갖고 싶어 쉬지 않고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그대로 멈췄다. 주인공은 누울 만큼의 땅 ‘2평’을 가졌다. 사람이 죽어 화장되고 가루가 되면 ‘2평’이라는 땅조차 차지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작년 새해 첫날 내가 응급실에 실려갔던 일이 겹쳐지며 떠올랐다. 그 때는 고통에 신음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 영혼의 상태가 지금 죽어도 괜찮은지, 후회 없는지, 이대로 가도 떳떳한지.

다행히 덤으로 받은 날들, 이렇게 감사하게 글을 쓰며 카푸치노를 마신다.

카푸치노는 프란치스코 카푸친 수도회의 두건 달린 옷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카푸치노를 음미하며 너의 삶을, 죽음을 묵상하라는 수도회의 가르침을 떠올려본다. 우리의 일상은 이리도 삶과 죽음이 거품처럼 잘 버무려져 있다. 잘 죽는다는 건 결국 잘 사는 거니까.

김미현(에스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