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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일치와 평화를 찾는 순례자 / 강주석 신부

강주석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입력일 2020-11-24 수정일 2020-11-25 발행일 2020-11-29 제 322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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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에 열렸던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북한 방문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한반도 문제 관련국 종교인들과 학자들은 만일 교황님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한반도 평화 실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는데, 특히 ‘성금요일 협정’(Good Friday Agreement)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아일랜드의 필립 맥더나(Philip McDonagh) 대사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교황님께서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가장 어려운 상황 속으로 향하시는 행보를 계속하실 것이며 그분에게는 북한 방문이 바로 그러한 행보입니다. 제가 교황님께서 어떻게 하셔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교황님께서 평양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시고 ‘의인 한 사람’(물론 한 명보다 훨씬 더 많겠지만)을 찾아 나서는 것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시는 이기헌 베드로 주교(의정부교구장)님의 말씀에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직 한국 천주교회 내에서도 교황님 방북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는 ‘병자를 위한 의사’가 되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 복음서의 예수님은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 그래서 ‘주류’에서 밀려난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지 않으셨다. 열두 해 동안 하혈하는 여인이나(루카 8,43-48) 나병 환자(마태 8,1-4) 등은 당시 율법의 기준에서 정결하지 못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불결함’은 결코 예수님의 거룩함을 손상하지 않았다. 사회적인 배제로 인해 더욱 아팠던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연민은 율법의 제약을 넘어섰고, 결국 하느님의 자녀들을 살리는 기적을 일으킨다. 예수님의 거룩함이 그들을 정화하고 구원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멈춰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최근 국내외 언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북 가능성을 다시 언급하고 있다.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는 방북에 대한 교황님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증언했고, 한 이탈리아 언론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 이후 교황님의 유력한 해외 방문국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꼽았다. 또 교황님께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신속하게 통화한 사실도 보도됐는데, 이는 중단된 북미협상 재개를 위해서 바티칸과 미국 가톨릭교회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일치와 평화를 찾는 순례자’인 교황님을 위해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하자.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것이 바로 교회의 사명이라는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우리 모두가 평화를 위한 순례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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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석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