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하느님 은총으로 다시 회복될 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 김의태 신부

김의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0-11-24 수정일 2020-11-25 발행일 2020-11-29 제 322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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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제목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명언들 중 개인적으로 자비의 하느님을 가장 잘 표현한 글귀라 여겨 개인 SNS 프로필 소개글로 사용하고 있다. 본당에서 과도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신자분들을 적잖이 만나게 된다. 특히 교회 안에 흐르고 있는 ‘이혼 금지’ ‘이혼 불가’와 같은 부동의 개념은 이혼한 이들이 교회 안에서 비정상적인 상태로 인식되어 온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없게 부추긴다.

가톨릭교회 수장이신 교황님께서도 이러한 교회 모습을 강하게 비판하신다. 첫째, 교회의 이상주의가 만들어낸 이혼에 대한 인식 문제 둘째, 고질적이고 끊임없는 이혼에 대한 배척문화 셋째, 모든 문제에 있어 가장 먼저 윤리적이고 규범적인 잣대를 대려는 습성이 교회 내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이혼한 이들, 또 재혼한 이들, 그리고 파경에 이른 이들을 감싸주기보다 오히려 손가락질당하게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성찰해보아야 할 일인 것이다.

교황님께서도 이들을 윤리적이고 규범적인 잣대로 판단하기에 앞서, 먼저 교회가 그들의 부서지기 쉬운 마음, 상처받기 쉬운 마음(fragilitas)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바로 그들의 상황을 고려하고 감싸주는 동감의 자세, 어려운 혼인 현실에 놓인 이들을 위한 대책을 혼자가 아닌 교회와 함께 모색해보는 동반의 자세, 그들의 혼인상황을 식별하고 다시 교회로 인도할 수 있는 통합의 자세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교황님께서는 자의교서 「온유한 재판관이신 주 예수님」을 통해 기존에 2심 법원까지 가야 했던 제도에서 혼인당사자들의 동의하에 1심 법원에서 판결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혼인무효소송이 간소화된 것이다. 따라서 본당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사목조사를 통해 어려운 혼인 현실에 있는 이들을 찾아내어 간소화된 소송을 진행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수원교구 법원 홈페이지 내 링크된 혼인장애 체크 프로그램으로 어려운 혼인 현실에 있는 이들을 위한 봉사자들의 구체적인 동반과 식별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혼인 전과 후를 위한 기존 교육프로그램을 넘어 파경에 이른 이들에 대한 회복 및 돌봄 프로그램도 교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회 내부의 노력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어려운 혼인 현실에 있는 이들의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에 교회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혼모만이 아닌 미혼부 책임을 위한 법제화를 통해 자녀에 대한 책임이 모든 부모에게 있다는 사실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김의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