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아침 5시에 도착하는 무한리필 선물 / 권수영(스콜라스티카)

권수영(스콜라스티카),(제1대리구 동탄영천동본당)
입력일 2020-11-24 수정일 2020-11-24 발행일 2020-11-29 제 322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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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 알람이 울리면 ‘조금 더 자려는 나’와 ‘일어나려는 나’ 사이의 꽤 팽팽한 싸움이 벌어진다. 이내 그 달콤함을 떨치고 일어난다. 내가 일어난다기보다는 주님께서 아침마다 일으켜 주신다. 그리고 바로 십자가 앞으로 간다.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예수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라고 공손히 인사드린다. 어젯밤 아프지 않고 잘 잔 것, 오늘이라는 이 ‘선물’을 주신 것에 대한 감사로 하루를 연다. 그러고는 오늘의 복음, 나와 나의 가정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묵주기도와 가정기도, 청소년을 위한 기도를 드린다.

자녀를 위한 부모 기도 모임 룩스메아(Lux mea)를 시작하면서 아무도 기도해 주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기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내 자녀가 만나는 아이들의 공동체, 그 안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응원을 받지 못하는 자녀들이 뿜어내는 상처와 아픔은 오롯이 구성원 모두의 것이 된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아이는 내 아이처럼 귀하며 기도가 필요한 대상인 것이다.

주님과 마주 앉은 아침 시간, 예수님의 포근함과 자비하심을 만난다. 나의 아픔을 타인에게 말하면 온전히 공감해 주지 않아 도로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온전히 들어주시고 끝까지 기다려 주신다. 미움으로 복잡했던 마음은 씻겨나가고 하루를 살 에너지, 다른 사람들에게 줄 사랑의 마음 까지 선물 받게 된다. 아침기도 후 근육운동을 마치면 성모님과 함께 본격적인 아침 산책에 나선다. 걸으면서 만나는 나무의 향기, 꽃들의 해사한 얼굴들을 가까이 보게 된다. 여유롭게 바라보게 되고 그 안에 깃든 주님의 아름다움을 담뿍 맛본다. 이렇게 나의 정신은 주님 안에 쉬고, 놀고, 충전된다.

아침부터 사부작대는 내게 사람들은 피곤하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주님과 나만의 의식이 주는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운동하는 일상은 꼭 지켜나가고 싶다. 늦도록 잠을 자고 기도 없이 살았을 때의 내 모습은 작은 말에 상처받고 누군가를 미워하며 용서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곤 했었다. 또 때로는 나의 말로 다른 사람에게 생채기를 내고 도리어 남 탓을 하기도 했다. 결국 내 힘으로 산 날과 예수님과 함께 산 날, 선물 없이 시작한 하루와 선물을 가득 받고 시작한 하루는 기쁨과 충만함의 밀도가 확실히 달랐다. 더구나 이 선물은 공짜이며 무한대로 리필이 가능하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내게 이익만 가져다주는 알찬 거래다. 나에게는 도무지 사랑이라는 것이 없는데 아침마다 충전되고 선물을 받으니 이제는 내게도 나눌 사랑이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도 평일에도 아침 5시에는 십자가 앞으로 가고 싶어진다. 밤새 준비하신 주님의 선물 보따리를 챙기러!

권수영(스콜라스티카),(제1대리구 동탄영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