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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제주는 지금 전쟁 중 / 강승수 신부

강승수 신부(대전교구 가톨릭농민회 담당)
입력일 2020-11-17 수정일 2020-11-17 발행일 2020-11-22 제 322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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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이 2019년 11월 7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출범식과 함께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제주는 바야흐로 지금 전쟁 중이다. ‘개발의 가치’와 ‘보존의 가치’가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보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제주 제2공항 건립을 반대하며 제주도민 김경배씨가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고 있다. “환경보존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 환경부가 개발을 정당화해 주는 인증서를 내주고 있다”며 하루하루 생명을 소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 땅과 하늘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내어주는, 그의 호소에 응답해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에서는 세종시에 있는 환경부 청사 북문 앞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으나 아쉽게도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기대를 밑돌고 있다.

개발이 최선의 길이라고 외치며 줄기차게 밀어붙이다가 그 덕분에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만났고, 기후 위기를 겪고 있다. 이제 많은 기후학자들은 현재와 같이 온실가스를 내뿜는 개발을 지속하다가는 인류가 조만간 멸망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예견하고 있다. 멸망이라고 하면 지나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류가 자연을 침탈하고 착취함으로 인한 반작용으로 코로나19가 인간을 공격하고 있고, 미세먼지가 우리 삶의 질을 망가뜨리며 건강을 좀먹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제주에 가보면 지금도 자동차가 많아서 사방의 도로가 막히곤 한다. 한 군데 공항으로 드나드는 인구가 점령하고 있는 제주도 포화상태인데, 공항을 또 만들어 얼마나 더 제주를 더럽히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물 문제는? 그 많은 쓰레기는?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사랑하는 아마존」 중에 다음과 같은 대목들이 있다.

“수많은 나무들이 우거지고

거기에 고문이 살고 있었네.

무수한 죽음을 안고

광활한 숲들이 팔려 가네.”

“목재상들에겐 국회의원들이 있지만

우리 아마존은 지켜 줄 사람 하나 없네···.”

개발론자들에게는 국회의원도 있고, 지방자치단체장도 있고, 심지어 그 안에 살던 주민들도 일부 지지하고 있으나, 제주 오름과 들판에 피어 있는 꽃과 나무들과 농사짓는 농부를 지켜 줄 사람은 아주 적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군대를 버린 나라’가 있다. 코스타리카. 이 나라 국민들의 인권과 생태·환경에 대한 감수성은 감탄할 만하다. 국토의 자연 경관이 뛰어나고 보존이 잘 돼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몬테베르데’라고 하는 자연보호구역이 있는데 여기까지 찾아가기 위해서는 약 2시간이 소요되는 비포장 도로를 지나야 한다. 길을 포장해 놓으면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자연이 훼손될까 저어해 주민들이 포장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면에서 제주 제2공항은 생태적인 감수성이라는 면에서 참을 수 없는 미개함을 드러내고 있다.

강승수 신부(대전교구 가톨릭농민회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