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가난한 이에게 네 손길을 뻗어라”(집회 7,32)는 집회서 구절을 인용하며 우리 주변 약한 이들의 짐을 짊어지라고 권고한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온 몸으로 봉사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를 모범 사례로 제시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의 연대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밖에도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의 목적은 오직 사랑이며, 이 사랑은 나눔과 헌신, 봉사라고 말한다.
교황 담화에 따라 우리 주변에서 드러나는 소소한 사랑의 흔적들을 살펴 보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 코로나19의 작은 영웅들
“전 세계를 고통과 죽음, 절망과 혼돈에 빠트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 최근 몇 달 사이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도움의 손길을 볼 수 있었습니까! 이 모든 손길은 감염과 두려움에 맞서 도움과 위안을 주었습니다.”(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 중)
지난 4월 의정부성모병원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초등학생이 정성스레 적은 손 글씨 편지였다. 편지에는 ‘코로나는 코리아를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파이팅!’이라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열심히 치료해 준 의료진 덕분에 우리가 안심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앞서 3월 말 간호사와 환자, 간병인 등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편지를 받은 의정부성모병원 박태철 원장은 “비록 우리가 힘들고 어렵지만 어린이가 보내 준 응원 편지로 교직원 모두 감동을 받고 힘을 얻게 됐다”며 답장을 손수 작성하고 체온계와 마스크 세트를 선물로 함께 보냈다.
나비효과처럼 한 사람의 작은 움직임이 큰 결과를 가져온 일도 있었다. 지난 2월 말 가톨릭대학교(총장 원종철 신부) 성심교정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익명으로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코로나19 기부 제안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하루 만에 많은 학생들의 긍정적인 답변이 쏟아졌고 바로 모금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김우원(가톨릭대 심리학과 2학년)씨가 모금활동 진행을 위한 책임자로 자원하면서 본격적인 모금이 진행됐다. 졸업생들까지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단 5일간 진행한 모금에 1000여 명의 재학생 및 졸업생이 참여해 1777만 원이 모였다. 모인 금액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전달됐다.
김우원씨는 “학우들이 본인도 힘든 상황에서 적은 금액이라도 보태 많은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며 “우리 학생들의 작은 정성과 관심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나눔의 정신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