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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목 어때요] 서울 구로3동본당 방과 후 돌봄 ‘돈보스코-오라또리오’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0-11-10 수정일 2020-11-11 발행일 2020-11-15 제 321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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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끝나고 성당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아요”
맞벌이·다문화가정 자녀 대상
오후 2~7시까지 돌봄과 교육
본당 교육관 활용해 시설 운영
신자들 봉사로 저녁식사도 제공

서울 구로3동본당 돈보스코-오라또리오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미술활동에서 만든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돈보스코-오라또리오 제공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맨날 혼자 있어서 외로웠어요. 근데 오라또리오에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재밌어요.”

11월 5일 서울 구로3동본당(주임 박영주 신부) 방과 후 돌봄 시설 ‘돈보스코-오라또리오’(이하 오라또리오)에서 만난 김동건(토마스 아퀴나스·12)군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성당에서 또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겁다.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 집에 오면 홀로 지내던 게 일상이던 김군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성당에서 즐겁게 있게 된 건, 오라또리오가 생기고 나서였다.

오라또리오는 구로3동본당이 청소년들을 위해 헌신한 성 요한 보스코의 영성을 실천하고자 국제청소년지원단 박경석 수사(살레시오회)와 함께 2017년 7월부터 본당 교육관을 활용해 만든 방과 후 무료 돌봄 시설이다. 다문화가정과 맞벌이 가정이 많아 부모님들이 돌봐주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구로3동 지역 내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11월 5일 서울 구로3동본당 식당에서 식사 봉사에 나선 신자들이 아이들에게 배식을 하고 있다.

오라또리오는 현재 월~금 오후 2시부터 부모들이 집에 귀가하는 오후 7시까지 상주교사들과 함께 초·중학생 24명을 돌보고 있다. 단순 돌봄 뿐 아니라 방과 후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초등학생들에겐 기초 교과, 예체능 및 인성교육 등을, 학업이 중요한 중학생들에게는 방과 후 주요 교과목 수업을 제공한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오라또리오 방문이 힘든 중학생들을 위해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토요일은 방과 후 프로그램 대신 오전 9시부터 교실을 개방해 청소년들이 교실과 본당에서 자유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매주 목요일에는 살레시오회(한국 관구장 최원철 신부) 소속 심리 상담사들이 시설을 방문해 청소년 심리 상담도 해오고 있다. 평소 한국어가 서툰 탓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또래와 소통이 힘든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상담을 통해 마음을 열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지역 기관과 연계해 다문화가정 아이들 대상 한국어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덕분에 처음엔 위축돼있던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이젠 또래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상주교사 강백구(요한 사도)씨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오라또리오에 많은데, 한국어가 익숙해지면서 밝아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서 기쁘다”며 “본당 신자이자 상주교사인 입장에서도 아이들을 볼 때 마다, 주변에 이웃들을 돌보는 데 교회가 나서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본당도 오라또리오 운영에 적극적이다. 본당은 매월 마지막 주일 미사 2차 봉헌금을 오라또리오 운영을 위해 모금해 운영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신앙을 접할 수 있도록 매주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5시에는 교육관 내 소성당에서 박영주 주임신부를 포함한 본당 사제들과 박경석 수사, 오라또리오 이용 청소년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한다. 덕분에 신앙이 낯설었던 비신자 학생들도 이젠 그리스도 사랑과 그 가르침을 이해하고 언제든 기도에 함께한다.

돈보스코-오라또리오 기초생활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돈보스코-오라또리오 제공

본당 신자들도 깊은 관심과 성원을 보여주며 지원을 마다 않는다. 신자들은 조를 나눠 오후 5시에 박 수사와 저녁식사를 함께 만드는 봉사를 한다. 본당에서 오라또리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자주 본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밥을 해달라”며 기부금을 내놓기도 한다. 사회복지분과는 본당에서 오라또리오 기금 마련을 위해 물품판매를 해오고 있다. 교리교육을 받길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 주 1회 교리교육 봉사를 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오라또리오는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교회를 넘어 지역 공동체 안에서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2010년 요한 보스코 성인 유해 방한을 계기로 성인이 보여준 청소년 사랑을 실천하고 싶었다는 김영옥(마리아)씨는 “오라또리오가 생기고 방과 후 교실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저녁식사를 챙길 봉사자가 필요하다기에 봉사를 자청했다”며 “방과 후에 외로웠을 아이들이 본당 어른들, 청년들 돌봄 안에서 밝고 바르게 성장하는 모습에 기쁨을 느낀다”고 뿌듯해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