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69) 차기 교황을 준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 제라르드 오코넬

제라르드 오코넬(「아메리카」 바티칸 통신원),예수회 발행 주간지 「아메리카」(Americ
입력일 2020-11-10 수정일 2020-11-10 발행일 2020-11-15 제 3219호 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변방 교회로 향한 교황 시선
아시아 등 추기경 수 늘리고 교세 감소하는 유럽 수 줄여
기도 많이 하고 겸손하며 ‘양떼 냄새 지닌’ 인물 선호

오는 11월 28일 열릴 예정인 추기경 서임식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세운 교회상을 후임 교황이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교황은 차기 교황이 계속해서 ‘포용하는 선교 지향 교회’를 표방하고 만남의 문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장벽이 아닌 다리를 건설하길 기대하고 있다. 또 공동합의성에 입각해 성직주의를 줄이고 여성을 포함해 평신도들이 의사결정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하는 교회를 바라고 있다.

교황은 일곱 번의 추기경 서임식을 통해 향후 자신의 후임을 뽑을 추기경단 구성을 바꾸고 있다. 우선 교황은 추기경단이 전 세계교회를 대표하길 바랐던 비오 12세 교황의 뜻을 따르고 있다. 11월 28일이 되면, 추기경단은 전 세계 90개국에서 온 추기경 223명으로 구성된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교령을 통해 80세 이하 추기경만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 임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들 중 차기 교황이 선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서임식을 마치면 68개국에서 추기경 128명이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 중 73명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다.

특히 교황은 교회 변방에서 추기경을 뽑아왔다. 교황은 가난과 분쟁, 정치적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추기경을 배출하지 못했던 미얀마와 통가, 아이티, 부르키나파소 등에서 추기경을 뽑았다. 이번에 임명된 키갈리대교구장 앙트완 캄반다 대주교는 르완다의 첫 추기경이다. 캄반다 대주교는 지난 1994년 투티반군의 대학살로 부모와 여섯 형제 중 다섯 명을 잃었다. 캄반다 대주교는 반목하는 르완다 주민들의 화해를 위해 노력해 왔다.

교황은 또 카푸친 작은형제회 출신으로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장인 셀레스티노 아오스 브라코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브라코 대주교는 겸손하지만 대범하게 성추행 추문으로 상처를 입은 칠레교회를 회복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교황은 또 카피스대교구장 호세 아드빈쿨라 대주교를 추기경에 임명해 필리핀 신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이 교구에서 추기경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방 교회로 향하던 교황의 시선은 브루나이대목구장 코르넬리우스 심 주교에게까지 이어졌다. 작은 이슬람왕국인 브루나이는 인구 50만여 명 중 가톨릭 신자가 2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대부분 석유 시추 현장에서 일하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변방’에는 한 나라의 주변부도 포함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교황은 존중받지 못하고 짓밟히고 있는 미국의 흑인사회를 배려하기 위해 워싱턴대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대주교를 추기경에 임명했다. 미국 역사상 아프리카계가 추기경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운동가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존경해 오던 교황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불거진 인종주의에 교회가 대처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교황은 최근 교세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유럽의 추기경 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 2013년 열린 콘클라베에서는 참가 추기경 115명 중 60명이 유럽 출신이었지만, 이번 서임식으로 128명 중 52명이 돼 유럽 추기경의 비중이 줄어든다. 특히 이탈리아 출신 추기경 수는 주목할 만한데, 2013년 28명이던 이탈리아 추기경은 이제 22명이 된다. 대신 교황은 아프리카(18명)와 아시아(15명), 아메리카(24명), 오세아니아(4명) 추기경 수를 늘렸다.

또 교황은 수도회 출신 추기경 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13년 콘클라베에 참여한 수도회 출신 추기경 수는 18명이었지만 이제 29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단 수는 80세가 넘거나 선종하거나 해서 바뀔 수 있다. 만일 교황이 건강을 유지해 2021년이나 2022년에도 새 추기경을 임명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 수는 더 크게 늘 수 있다. 또 현 교황이 임명하지 않은 추기경이 차기 교황이 될 가능성도 아예 없진 않다.

추기경 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황이 추기경으로 임명한 이들의 면면이다. 교황은 기도를 많이 하고 겸손하며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이들을 추기경으로 뽑아왔다. 교황은 선교 정신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경청하며, 타인의 잘못을 단죄하지 않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양떼의 냄새를 지닌’ 이들을 추기경으로 선호하고 있다. 이들은 대립 대신 만남의 문화를 추구한다.

교황이 원하는 추기경 상(像)은 검소하게 살며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고, 이주민과 소외된 이, 착취당한 이들을 돌보며 필요한 경우 이들을 대신해 예언자적 소신을 표명할 용기있는 사람이다. 교황은 저주하는 예언자가 아니라 희망을 주는 인물들로 추기경단을 채우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면면을 가진 인물들을 추기경으로 뽑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제라르드 오코넬(「아메리카」 바티칸 통신원),예수회 발행 주간지 「아메리카」(Ame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