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 제작에 큰 역할 한 두봉 주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11-10 수정일 2020-11-10 발행일 2020-11-15 제 321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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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 행복한 삶 감출 필요 없잖아요~”

두봉 주교는 “수도자들이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면서도 행복한 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신가요?”

초대 안동교구장을 지낸 두봉 주교(92)는 11월 3일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감독 김동일) 시사회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라며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이 엄격한 생활을 하면서도 행복한 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1월 19일 개봉하는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는 평생 봉쇄구역을 떠나지 않고 엄격한 카르투시오 헌장을 따라 살아가는 수도자들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다.

프랑스 출신으로 66년 전인 1954년 한국에 온 두봉 주교는 경북 상주에 아시아 유일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을 준비할 1999년 경 부터 인연을 맺어 왔다. 한 달에 한 번씩 수도원을 방문해 수도자들과 자유 토론을 하며 자연스레 그들의 삶을 직접 보고 들어 왔다. 처음에는 촬영을 거절했던 카르투시오 수도원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등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지원에도 나섰다.

“저하고 그분들하고 통하거든요~(웃음) 원장 신부님을 찾아가 따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랬어요~ 좋은 삶을 살고 계시는데 감출 필요가 어디 있냐고요. 신자들에게는 물론이고 비신자들에게도 하느님을 믿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요.” 또 김동일(브루노) 감독에게는 “얼핏 보면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수도자들이 왜 이런 삶을 선택했는지를 부각시켜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두봉 주교는 “언젠가는 다 내놔야 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죠. 보이는 세상이 참 아름답긴 한데요~ 많이 가져 봤자 두고두고 쓸 수는 없어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모습에서 행복 그리고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