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설립 10주년 맞아 변화 모색하는 부산교구 울산대리구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3 발행일 2020-11-08 제 3218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빛과 소금으로, 당당하고 겸손되게 복음선포 다짐
신자들 신앙생활 및 활동 데이터화
통계 토대로 사목 발전 계획 수립
 의료사각지대 놓인 지역주민 위해 가톨릭의사회와 협력해 의료 지원
1004명 동참 목표로 헌혈 릴레이도

지난 8월 26일 열린 제38차 울산대리구 사제평의회에서 사제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부산교구 울산대리구 제공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부산교구 울산대리구(대리구장 김영규 신부)가 ‘하느님 백성 중심의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사목 체계를 정비하고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울산대리구는 당초 11월 중 지역사회와 함께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행사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행사를 연기하고, 내적 쇄신에 무게중심을 두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울산대리구장 김영규 신부는 “울산지역사회 전체에서 당당하고 겸손되게 복음선포를 할 수 있는 교회 모습을 확립하고자 한다”며 “지역사회에서 빛과 소금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설립

울산대리구는 지역 특성에 맞는 복음선포를 위해 2010년 1월 15일 설립됐다. 타 교구 대리구제와는 달리 울산광역시 일원만을 대리구로 지정하고 대리구장을 파견해 운영하고 있다. 울산대리구 설립 이유는 부산교구가 전국 교구 중 유일하게 부산과 울산 두 개 광역시를 관할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부산교구는 행정관할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상 문제를 최소화하고, 울산광역시 행정과 사목적 특수성을 고려해 전임 교구장 황철수 주교에 의해 설립이 결정됐다.

울산대리구는 지난 10년 동안 지역교회 공동체 기초를 다지고, 교세 성장과 신앙 성숙을 지향하며 노력해왔다. 초대 대리구장 양요섭 몬시뇰(현 원로사목자)은 울산지역 본당 건립에 최선을 다하면서 대리구 초석을 다졌다. 2대 대리구장 권지호 신부(현 교구 총대리)는 약 8년간 재임하며 사제들의 화합과 신자들의 영성 향상에 힘썼다. 특히 현 울산대리구청(울산광역시 중구 내약길 65-39)을 건립하고, 대리구 행정 전반의 기초를 놓았다.

■ 본당 행정 체계화

2019년 6월, 3대 대리구장으로 임명된 김영규 신부는 전임 대리구장의 업적을 계승하면서, 교구장 손삼석 주교 사목방침을 구현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실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울산대리구는 ‘본당 사목 행정 체계화’를 시행하고 있다. 신자 비율을 볼 때, 울산지역(6.69%)은 부산지역(8.27%)에 비해 복음화율이 낮은 편이다. 김영규 신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신부는 대리구 내 각 본당이 사목 주요 지표로서 ▲신앙생활(미사, 성사) ▲봉헌생활(봉헌금, 교무금, 미사예물) ▲제단체(소공동체, 레지오마리애, 주일학교 등) ▲특별(냉담교우 권면, 예비신자 교리, 새 신자 관리 등) 통계를 매달 관리하면서 정확한 데이터를 뽑아내고, 이 내용을 토대로 사목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대리구 내 각 본당은 ‘본당 코로나 종합 상황판’을 작성, 관리하고 있다. 주일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신자들을 확인하고, 그들의 힘든 부분이 무엇인지 분석하면서 다시 교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 빛·소금 의료지원운동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실현을 위해 울산대리구는 지역 내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극빈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빛·소금 의료지원운동’을 지난 1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는 올해 부산교구 사목지침인 ‘사랑의 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의미를 더 한다.

빛·소금 의료지원운동은 울산가톨릭의사회와 울산가톨릭치과의사회, 울산광역시의사회 의료봉사단과 협력체계를 만들어 함께하고 있다. 각 분야 전문 의료진 300여 명이 동참, 9월 중순까지 180여 명이 치료 혜택을 받았다. 지원건수로는 약 400회에 이른다. 울산대리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과 지원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관리하고 있다. 울산대리구는 이 운동에 동참할 지역 의료진과 병원, 개인 후원자들을 모집 중이며,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이들 신청과 추천을 받고 있다.

울산대리구는 특히 내년부터 빛·소금 의료지원운동을 외국인 중증환자에게도 확대할 계획이다. 울산대리구는 10월 26일 울산광역시(시장 송철호), 대한적십자사 울산광역시지사(회장 김철), 울산대학교병원(병원장 정융기), 프라우메디병원(병원장 이문희)과 함께 미등록 외국인 의료비 지원사업 추진 협약을 했다. 내년 한 해 동안 건강보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미등록 외국인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0만 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하게 된다.

■ 사랑 실천은 계속된다

울산대리구는 올해 설정 10주년 의미를 담아, 대리구 평신도협의회(회장 박창현) 주관으로 11월 8일부터 ‘사랑의 헌혈 천사(1004) 릴레이 운동’을 펼친다. 운동이 시작되는 8일 복산본당(주임 전동기 신부)을 시작으로 매주 대리구 내 본당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하게 된다. 대리구는 운동 제목에서 드러나듯 1004명의 동참을 인도할 예정이다.

김영규 신부는 “교회 복지영역을 본당 내 어려운 분들에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함께 교회 질적 성장을 위해 변화와 쇄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빛·소금 의료지원운동 문의 052-201-6506 부산교구 울산대리구청, 후원 우체국 614032-01-001535(예금주 천주교부산교구유지재단)

10월 26일 울산지역 미등록 외국인 중증 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협약식에서 울산대리구장 김영규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와 송철호 울산시장(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교구 울산대리구 제공

◆ 인터뷰 - 울산대리구장 김영규 신부

“신자들과 함께 공감하고 결정하는 교회로 쇄신해야”

김영규 신부는 울산대리구가 변화와 쇄신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공감시스템 속에 공동합의성을 실천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교회가 사목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교훈도 얻었습니다. 교회의 부족한 모습들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부산교구 울산대리구장 김영규 신부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통해 교회가 성직자 중심에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하느님 백성 중심의 교회’로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자들이 모든 본당 행정에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곧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공동합의성’(Synodalitas) 정신에 부합한다고 김 신부는 설명했다. 공동합의성은 교회 한 부분인 신자들 역시 교회의 삶과 사명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본당 신부님은 부임한 본당의 전통과 특수성을 감안하고, 모든 계획을 신자들과 함께 공감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사제는 그 신앙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만약 사제 중심으로 본당이 움직인다면 신앙공동체의 좋은 점마저 훼손될 수 있습니다.”

김 신부는 이 같은 의미를 담아 신자들과 함께하는 ‘공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시스템은 신앙공동체가 공통 발전 목표를 지향하기 위한 효율적 행정시스템을 말한다. 김 신부는 울산대리구가 변화와 쇄신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신앙공동체 구성원들이 공통 발전목표에 공감하며, 좋은 점은 계승하고 좋지 않은 점은 개선하면서 공동합의성을 실천해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김 신부는 대리구 내 본당 공동체가 친교 공동체로서 교회 모습을 확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리구 내 모든 신자들이 합심해 새로운 10년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의미와 행복을 느끼기를 간절히 바라는 주님의 뜻을 깊이 체험하기를 희망합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