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한국평협 ‘가정선교체험 공모전’ 대상 받은 강선옥(리타)씨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4 발행일 2020-11-08 제 3218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몸은 불편했지만 천사 같던 딸 ‘보나’
유언 지키기 위해 ‘베드로’ 된 아버지
선천적 중증 뇌성마비로 42년간 누워만 있다 떠난 딸  
신심 깊고 긍정적인 생전 모습 주변에 늘 그리스도 향기 전해
부친, 영세 바라던 딸 유언에 하느님 자녀로 열심히 신앙생활

강선옥씨는 훗날 딸 보나와 재회할 날을 위해 기쁘고 행복하게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한다.

중증 뇌성마비로 태어나 굳은 신심으로 진실된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 딸 보나, 그리고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례를 받은 아버지 이야기가 올해 가정선교체험 공모전 바오로사도상(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손병선, 담당 조성풍 신부)가 올해 마련한 가정선교체험 공모전에서 바오로사도상을 수상한 강선옥(리타·67·대구대교구 경산본당)씨를 만났다.

“42년간 주님과 성모님만 바라보며 살았던 아이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수상 소식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기뻐했을 딸이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이 슬프기도 합니다.”

강선옥씨가 쓴 ‘아빠의 약속’은 지난해 하늘나라 천사가 된 딸 고(故) 남지민(보나)씨와 가족에 대한 사연이다. 딸 보나씨는 선천적 중증 장애로 42년을 누워서 지냈지만, 누구보다 신심 깊고, 활달하고, 매사에 긍정적인 딸이었다고 한다. 보나씨는 매일을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부모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자주 표현하던 딸이었다. 그랬던 보나씨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지난해 9월 11일 선종했다. 마침 그날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저는 처음에 보나를 생각하며 제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죠. 보나는 주님께서 제게 주신 은총의 십자가입니다. 소중하고 기쁘게 안고 갈 것을 다짐했어요. 한 번도 딸을 짐스럽게 생각한 적 없어요.”

착하고 생각이 깊은 보나씨에게도 해결하지 못한 걱정이 있었다고 한다. 세례받지 않으려고 한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었다. 아버지 남정우(70)씨는 절대 성당에 가지 않겠다고 할 만큼 종교에 대해 반감이 심했다. 그러나 “제가 하늘나라 가면 꼭 영세하세요”라는 딸의 유언에 남씨는 곧바로 예비신자 교리반에 들어갔고,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실 베드로는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가 추천해준 세례명이라고 한다. 2018년 보나씨를 보러 가정방문을 온 장 주교가 ‘아버지께서 신자가 되면 사람 낚는 어부가 되면 좋겠다’는 뜻에서 추천해준 세례명이었다.

지난해 9월 대구대교구 경산성당에서 거행된 남지민(보나)씨 장례미사. 하늘나라에 가는 날 검고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라 예쁜 꽃길과 분a에 따라 성전을 장식했다.

세례를 받은 뒤 남씨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되기 위해 성실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주일미사뿐 아니라 평일미사도 빠지지 않고, 레지오마리애 활동에도 열심이다. 아버지를 위해 늘 기도했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했던 딸의 바람이 드디어 이뤄졌다.

딸에 대한 그리움이 갈수록 커져 힘들다는 강씨. 그래도 딸이 남긴 은총의 유산을 뜻깊게 간직하고, 남은 평생 베풀며 살겠다고 말한다.

“기도 안에서,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보나가 좋아하겠죠. 훗날 하늘나라에서 보나와 다시 웃는 모습으로 만날 수 있도록 그때까지 기쁘고 행복하게 봉사하며 살 거예요.”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