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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사랑하는 내 동생 체칠리아

노춘래(엘리자벳·수원교구 수리동본당)
입력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3 발행일 2020-11-08 제 321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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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 힘들어, 내가 전화할게.” 이 세상에서 마지막 내게 남긴 휴대폰 음성이다. 담석증 복강경 수술 다음날 갑자기 하늘나라로 훌쩍 떠나버린 거짓말 같은 사실. 세상에 이럴 수가, 세상에 이럴수가….

처음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동생은 젊은 나이에 5살 딸아이 하나 데리고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열 아들 부럽지 않게 잘 키워 시집보냈다. 하느님 안에서 열심히 신앙 생활하면서 넉넉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작은 기술로 어렵고 힘든 이들을 보살피는데 온 마음과 정성을 다했다. 틈틈이 복지관이나 요양원에 봉사도 다니면서 감사하고 행복한 노년을 조금만 더 누리고 갔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나 갑자기 급하게 하늘나라로 떠나가 버린 동생이 아쉽고 아까워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잘나지도 못한 이 언니를 세상에서 제일가는 언니라고 그렇듯 자랑하고 다니며 좋아한 동생이었는데, 언니인 나는 너무 잘못한 것이 많아 가슴이 미어진다.

내 동생 체칠리아야, 이 못난 언니를 용서해 다오. 정말 미안해, 왜 너를 더 아끼고 사랑해 주지 못했는지. 아무리 후회한들 소용없는 지금 네가 영원한 안식을 그곳에서 누리기를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으로 용서를 빈다. 네가 안성 천주교묘지 부모님 계신 곳으로 떠나던 날은 맑고 파란 하늘, 아름다운 하얀 구름 위에서 네가 손을 흔드는 고운 모습이 보일 것 같았어.

아침 7시쯤 “나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수술 안했어”라며 네가 전화로 말하는 것을 듣고도 곧장 달려갈 수 없었던 네 딸의 절규를 듣는 내 가슴이 무너져 어찌 할 바를 몰랐고,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 주어야 할지지도 몰랐어. 용인 평화의 집에서 너를 한줄기 연기로 보낼 때 손녀딸이 탈진 상태가 되도록 애끓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것을 볼때는 미칠 것 같았어. 내 동생 체칠리아, 하느님 품으로 가는 먼 길이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앞이 캄캄했어.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하느님께 감사해야 하는 게 옳은 것일까, 말 좀 해봐.

하느님, 동생 체칠리아를 어여삐 여기시고 영원한 안식을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아멘.

노춘래(엘리자벳·수원교구 수리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