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평신도 역할, 공동합의성 위에 세워져야

입력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3 발행일 2020-11-08 제 321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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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합의성’ 정신이 한국교회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교회 구성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신도들의 활동을 특별히 기억하고 격려하는 평신도 주일(11월 8일)을 맞아 공동합의성에 담긴 교회 정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동합의성은 라틴어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를 번역한 말이다. ‘함께’(syn), ‘길’(hodos)을 간다는 그리스어 어원에서 나왔다. 알기 쉽게 ‘함께 길을 간다’는 뜻으로 함께하는 주체는 교회 구성원인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다. 공동합의성 정신이 최근 들어 조명되는 이유는 교회 구성원 중 평신도들은 수적 면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도 위상이나 역할이 그에 부합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실 공동합의성은 갑자기 논의되기 시작한 주제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세계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 담화’에서 공동합의성 정신을 언급했다. 「교회헌장」 32항에서는 “어떤 이들은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남을 위하여 교사나 신비 관리자나 목자로 세워졌지만,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공통된 품위와 활동에서는 참으로 모두 평등하다”고 서술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벌써 공동합의성 정신이 천명됐다는 의미다. 여기서 ‘공통된 품위(dignity)’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느님 앞에서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위치에 따라 역할이 다를 뿐 모두가 존엄한 존재라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교회가 위기에 처하면서 평신도 역할도 더욱 중요시될 수밖에 없다. 공동합의성이 새롭게 정립될 평신도 역할과 품위에 나침반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