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입양 통해 생명사랑 실천 기안본당 최미르(소피아)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3 발행일 2020-11-08 제 321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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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 사랑 한 방울만 주세요”
 입양 통해 제 기도 들어주셨죠
키워 보면 똑같은 ‘내 자식’
입양 후 완전히 달라진 인생
가족 간 사랑도 더욱 깊어져

“가슴으로 낳은 아이가 어디 있나요? 모든 아이는 배로 낳은 아이지요. 여느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우리 아이에요.”

흔히 입양된 아이를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최미르(소피아·제1대리구 기안본당)씨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표현이 “넌 나와 달라”라고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최씨는 “입양아는 버려진 아이도, 딱한 아이도, 불쌍한 아이도 아니고 단지 엄마가 둘이 있는 것 뿐”이라며 “키워 본다면 내가 낳은 아이와 안 낳은 아이 모두 그냥 ‘내 자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이 너무도 필요한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성모님께 사랑을 한 방울만 달라고 기도했어요.”

입양의 계기는 입양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일에서 시작됐다. 최씨가 본당에서 첫째 아이의 첫영성체를 위해 부모교사로 참여하던 당시, 교리반에 감정 제어가 잘 안 되는 아이가 있었다. 최씨는 그 아이가 사랑이 부족해 그러는 것임을 느끼면서도 그 아이를 대하기에 버거움을 느끼고 ‘사랑’을 청하는 기도를 절실히 바쳤다. 최씨는 “기도의 응답이 입양으로 이어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사랑의 마음이 마음속에서 불같이 끓어올라 생명을 거부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고 입양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입양으로 완전히 인생이 달라졌어요. 아이를 통해서 우리 가족은 정신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너무나 풍요로워졌지요.”

최씨의 막내인 3살 임마누엘라는 아침에 일어나면 꼭 “사랑해”라고 외치며 최씨를 꼭 안아 준다. 첫째와 둘째를 키울 때는 육아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최씨지만, 지금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지금이라고 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이 예쁜 시기가 금방 지나가버릴 것을 생각하니 오히려 아까울 정도다. 입양 전에는 반대하기도 했던 남편도 지금은 ‘딸바보’ 아빠가 됐고, 첫째와 둘째도 막내를 만나면서 사랑이 깊어졌다. 무엇보다도 막내와의 만남으로 가족 안에 있던 상처들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최씨는 젊은 시절 낙태로 겪었던 큰 아픔조차도 막내를 통해 치유됨을 느꼈다.

입양을 통해서 시야도 넓어졌다. 교구 생명사랑가족모임을 통해 다른 입양가족들과도 교류했고,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을 후원하는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씨는 “모든 아이들을 입양할 수 없으니 후원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부모 곁에 있어도 없어도 사랑 때문에 힘든 아이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엄마’의 중요성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내가 이 세상에서 어떤 직업을 갖느냐보다 내 자식에게 어떻게 신앙을 주고 또 내 자식이 그 자식에게 신앙을 전달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더 많은 분들이 입양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지시길 바랍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