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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주일 기획] 한국 평신도 ‘공동합의성’ 실현 노력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n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4 발행일 2020-11-08 제 3218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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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가는 교회’ 구현… 교육과 체계 마련부터
정신 올바로 이해하도록 모든 교회 구성원 교육 필요
제도 장치 원활한 운영도 절실

한국교회에 ‘공동합의성’ 정신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이 평신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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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면서 사회와 교회 안에 위기의식이 커졌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김용무, 담당 이재화 신부, 이하 의정부 평협)는 교구 선교사목국과 ‘코로나19 신자의식조사’를 실시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신자생활 지침서」를 발간했다. 평신도들이 교구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사목방향을 고민하고, 교구 단위 신자생활 지침 마련을 주도한 것이다. 비단 의정부교구만의 일은 아니다. 여러 교구와 본당 등에서도 기존에 성직자 역할이라 여기던 ‘사목’에 평신도들이 적극 참여한 사례들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들을 ‘공동합의성’ 정신이 잘 구현됐다고 손꼽는다.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소장은 “평신도들이 먼저 제안할 때 사제들이 기꺼이 빠르게 수용했고, 사제들의 그런 모습에 신자들이 협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는 데에도 공동합의성이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합의성(Synodalitas)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담은 용어로, 하느님 백성, 즉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포함한 모든 신자들이 ‘함께 길을 걸어 나간다’는 의미다. 오는 2022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주제도 ‘공동합의성’으로 정해지는 등 세계교회 안에서도 무게 있는 화두다.

공동합의성 구현 사례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의 노력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지난해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를 시작으로 전국 여러 교구 평협이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강의,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열어 공동합의성을 배웠고, 그 정신의 실현을 논의해 왔다. 또 지난해 6월 창립한 의정부 평협은 ‘함께 걸어가는 교회’ 즉 공동합의성을 신조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공동합의성은 아직 구현의 시작단계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일단 교회 각 구성원들이 공동합의성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이 시급하고, 공동합의성 구현의 제도적 장치인 ‘협의회’(Consilium·평의회)의 원활한 운영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평협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은 “공동합의성이 구현될 전망은 희망적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공동합의성 구현을 위해서는 교회 내 각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한 동시에 교회 조직 내에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최현순(데레사) 교수는 “교회 역사 거의 모든 개혁은 아래로부터 시작됐다”는 신학자 이브 콩가르 추기경의 언급을 인용했다. 이어 “평신도들이 자신을 파견한 이는 사제도, 수도자도 아닌 그리스도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품위를 아는 것이 공동합의성의 시작”이라며 “누구보다도 평신도들이 능동적으로 그리스도 구원 활동에 평신도의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n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