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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부산 기장성당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7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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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애’로 지어진 주님의 집… “지역 중심 건축물로 선교효과 기대”
2005년 바자 수익 종자돈 삼아 어려움 속 15년 동안 기금 모아 
코로나19로 홍보활동 중단되자 이웃본당 도움으로 난관 극복
주님 일생 담은 유리화 인상적
저녁시간이면 외관 조명 켜져 주변에 늘 가톨릭 이미지 노출

11월 1일 봉헌하는 부산 기장본당 새 성당.

“우리 본당 신자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 신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 마침내 새 성당을 하느님께 봉헌하게 됐습니다. 눈물겹습니다. 하느님께서도 얼마나 저희를 사랑스러워하실까요?”

부산 기장본당(주임 김성학 신부) 차임갑(루카) 회장은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기장본당은 2005년부터 새 성당 건립을 추진한 노력의 결실로, 11월 1일 오전 10시30분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차성남로 88 현지에서 교구장 손삼석 주교 주례로 새 성당을 봉헌한다. 주임 김성학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무엇보다 하느님과 본당 신자들에게 감사드릴 일”이라며 “가진 것을 내어놓고, 열심히 기도해 지은 성당이기에 그 어떤 보화보다 값지다”라고 말했다.

■ 15년 만의 결실

기장본당 기존 성당은 노후가 심각했다. 1975년 9월 26일 설립된 기장본당은 1968년 지은 단층 공소건물을 그대로 성당으로 사용했고, 1983년 2층으로 증축한 바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성당 건물은 점점 노후가 심해졌고, 비가 오면 늘 새곤 했다. 심지어 꼭대기 철제 십자가가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다. 본당 신자들은 더 이상 미루기가 어렵다고 판단, 2005년 바자 수익금 5000만 원을 종자돈 삼아 새 성당 건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준비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새롭게 본당이 분가하게 되자, 그동안 열심히 모았던 기금을 내놓으면서 잠시 모금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6월 본당의 날을 기점으로 새 성당 건립 준비 선포식이 열리고, ARS 적립운동을 펼치면서 마음을 다잡아 나갔다.

당시 주일학교 학생들도 건립 기금을 보태겠다며 약 1년간 모은 돼지저금통을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 때 봉헌하기도 했다. 올해 선종한 삼덕공소 신자 고(故) 박화순(안나) 할머니는 생전에 “사후 전 재산을 봉헌하겠다”고 밝힌 뒤 약속을 지켰다.

2017년 현 주임 김성학 신부가 부임하면서 본당은 새 성당 설계를 마쳤고, 이웃본당에 모금운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모금운동을 나간 김 신부는 강론을 통해 이웃신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상황이 여의치 못한 본당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하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동참을 호소했다.

차임갑 본당 회장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절로 눈물이 난다”며 “풍족하지 못한 사정이면서도 우리 본당을 위해 기꺼이 희생해주신 이웃신자들 ‘형제애’가 새 성당 건립의 주춧돌이 됐다”고 말했다.

형제애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닥친 이후에도 빛을 발했다. 공동체 미사 중단으로 성당마다 문이 닫히면서, 더 이상 이웃본당에 모금운동을 다닐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모본당인 해운대본당을 중심으로 이웃본당들이 도움을 주면서 어려움을 뚫을 수 있었고, 이번에 새 성당을 완공하기에 이르렀다.

기장본당 주임 김성학 신부(왼쪽)와 차임갑 회장이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며 기뻐하고 있다.

승천하는 그리스도를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

기장본당 새 성당 대성전.

대성전 제대 위에 걸린 십자고상.

대성전 십자가의 길. 기존 성당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저녁시간의 기장본당 새 성당. 조명이 켜져 멀리서도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볼 수 있다.

■ 지역 대표 건축물 되길

새 성당은 기존 성당을 허물고 그 자리에 건물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건축 기간 동안에는 임시 성당을 마련해야 했다. 본당 신자들은 인근 건물 지하에 자리를 얻어 한동안 세입자로 지냈다. 철거와 이사, 임시 성당 사용료를 비롯해 새 성물을 구입하면서 생각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었지만, 신자들이 저마다 쌈짓돈을 내어놓아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물질적 노력 이외에도 신자들은 기도로 마음을 모았다. 우선 신자들은 ‘새 성전 건립을 위한 묵주기도 500만 단 봉헌운동’을 펼쳤으며, 성경필사도 진행했다. 결과물은 11월 1일 새 성당 봉헌미사 중 봉헌될 예정이다.

이번에 봉헌하게 될 새 성당은 대지면적 1516㎡, 건축면적 544.05㎡ 규모 지하 1층 지상 4층 철근콘크리트조 및 철골조 건물이다. 지하 주차장, 1층 사무실과 강당, 2층 사제관과 회합실, 3층 대성전, 4층 성가대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새 성당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한국유리공예 김대현(가브리엘) 대표가 봉헌한 작품으로,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리고 있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는 저녁시간이면 조명이 켜진다. 성당이 기장군 중심에 위치해 있어, 이웃주민들이 다니면서 항상 예수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 본당 회장은 “이 지역 랜드마크(대표 건축물)가 될 것”이라며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만큼 간접선교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