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런 사목 어때요] 서울 서교동본당 청년 봉사단체 W.I.T.H.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1-06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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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새벽잠 대신 봉사의 기쁨 함께합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음식 만들어 소외된 이웃에게 도시락 배달
공동 작업 통해 연대감 높아져 신앙적으로도 의지하며 활동

서울 서교동본당 청년 봉사단체 ‘W.I.T.H.’(위드)의 노숙인 새벽 배식 봉사팀이 10월 24일 성당 지하 1층 부엌에서 음식 재료를 다듬고 있다.

10월 24일 새벽 5시30분 서울 서교동성당. 주변은 아직 캄캄하고 고요하지만 성당 지하 1층 부엌에서는 대낮의 분주함과 활기가 새어 나왔다. 남들보다 먼저 주말을 시작하는 기운찬 이들은 서교동본당(주임 이종남 신부) 청년 봉사단체 ‘W.I.T.H.’(위드·With Inspiration, Thought and Heart, 단장 홍수린)의 ‘새벽 배식 봉사팀’이다.

새벽 봉사팀은 매주 토요일 새벽 5시30분 성당 지하 1층에서 음식을 만들어 노숙인 등 소외된 이들에게 나눠 준다. 이날도 청년 단원 10여 명을 포함해 본당 빈첸시오회 회원, 수도자 등 20여 명이 음식 만들기, 도시락 포장, 배식, 설거지 등에 힘을 모았다.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청년들 중에는 ‘타다다닥’ 능숙하게 무를 써는 팀원도 있었고 서툴지만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칼질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러 번 해본 솜씨는 아니었지만 집중력만큼은 대단했다. 또 한 쪽에서는 양손에 든 수저로 능숙하게 제육 불고기를 버무렸다.

음식이 완성되자, 단원들은 도시락 통에 음식을 정성스레 담았다. 원래는 성당 1층에서 식사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터지면서 도시락 형태로 바꿨다. 처음에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따듯한 밥 한 끼가 그리운 독거노인들도 도시락을 받아간다.

청년 단원들이 음식을 만든 뒤 도시락 통에 담고 있다.

이날 봉사 내내 궂은 일을 묵묵히 도맡아 한 김현우(프란치스코·서울 가양동본당)씨는 2014년부터 활동하며 오랫동안 단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김씨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봉사”라며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저희가 만든 밥 한 끼가 노숙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는 일주일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 책임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2010년 하느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W.I.T.H.’는 본당 내 청년 단체 중 가장 활발한 단체다. 단원은 약 50명 정도다. 단원은 항상 모집하며, 다른 본당 청년이나 예비신자, 비 가톨릭 신자 청년들도 사제 면담 후 입단이 가능하다.

현재 이들은 새벽 봉사팀을 비롯해 정신장애, 조현병 환자들을 돕는 ‘은혜로운 집’과 위탁 양육 시설 청소년들과 1:1 멘토링을 진행하는 ‘나눔의 집’,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랑 평화의 집’ 등 크게 4개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새벽 봉사를 제외한 나머지 활동은 월 1~2회 진행한다.

단원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나오자, ‘코로나19에 따른 활동 단계’를 정해 상황에 따라 체계적으로 활동해 왔다. 이 때문인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만 단원이 5~6명 늘었다.

홍수린(프란치스카) 단장은 “코로나19로 활동을 못한다는 생각보다, 이 상황에서 예수님 사랑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친목 활동은 줄고 기부, 단체 헌혈과 같은 나눔 활동이 더 늘었다”고 밝혔다.

매주 토요일 새벽 노숙인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청년 단원들.

본당 청년 단체가 이토록 활성화 된 비결은 ‘연대’다. 단원들은 언제나 함께하며 신앙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가 큰 힘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태(야고보) 부단장은 친구 따라 새벽 봉사를 시작했다가 10년간의 냉담을 풀었다. 김 부단장은 “신앙생활을 같이 하는 느낌이 든다”며 “이 느낌이 봉사와 신앙을 이어가는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본당 빈첸시오회를 비롯한 어른들도 이들을 돕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본당 빈첸시오회 김대규(베드로) 회장과 회원들은 매주 봉사에 나와 배식을 돕는다. 또 회비 등 물적 지원도 하고 있다.

김대규 회장은 매주 이른 새벽에 나와 봉사 하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도시락을 받아간 사람 중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현금 10만 원을 봉헌한 사람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가톨릭 신앙에 대한 자부심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당 부주임 홍웅기 신부는 “현장감도 있고 보람도 있는 활동”이라며 “청년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청년들이 봉사에 대한 열망이 크고 선행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복음말씀을 행동으로 전하는 좋은 기회이고, 어른들과 함께하면서 어른 단체들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