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주교회의 생태환경위, 온라인 한일탈핵평화순례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7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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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멈출 수 없는 ‘핵 없는 세상’ 향한 외침
도쿄 올림픽 강행과 월성 맥스터 증설에 관한 우려 표명 
“일 원전 사고, 10년째 진행 중”
 월성 주민들 피폭 상황 공유
“정부·한수원 책임 회피” 비판 

10월 24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일탈핵평화순례에서 경주환경연합 이상홍 국장이 경주 지도를 보면서 월성핵발전소와 주민 거주지역 위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줌 화면 갈무리

한국과 일본의 반핵활동가들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여파와 한국 핵발전소 피폭의 실제 경험을 나누며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10월 23~24일 화상회의 앱 줌(Zoom)으로 한일탈핵순례를 진행했다. 이번 온라인 한일탈핵순례에는 양국 활동가 20여 명이 참여했으며,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가 직접 일본어 통역을 맡았다.

첫날에는 8월 17일 일본에서 단독으로 진행한 한일탈핵평화순례 영상을 한국어 자막을 달아 함께 감상했다.

첫 번째 영상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올림픽’을 주제로 한 후쿠시마 원전 형사소송 지원단 공동대표이자 후쿠시마 피해자 단체 대표인 무토 루이코씨의 강의였다. 무토씨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집과 직장, 지역 사회를 전부 잃고 눈앞이 캄캄한데 지금 올림픽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라며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코로나19 사태를 잠재우기 위한 ‘부흥올림픽’”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두 번째 영상에는 오시도리 마코와 켄 부부가 만담 형식으로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유독 한국만 제소했던 배경을 파헤치며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어 이튿날인 10월 24일에는 한국 측 간담회가 마련됐는데, 경주환경연합 이상홍 국장이 ‘맥스터(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건식저장시설) 증설의 문제점’을 주제로 강연했으며, 경주 양남면 나아리 주민이자 월성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황분희씨가 ‘주민의 삶과 안전’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특히 황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함께 가슴 아파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월성’의 주인공이기도 한 황분희씨는 어린 손자를 둔 평범한 70대 할머니다. 나아리에서 30년 넘게 거주하면서 7년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황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안전하고 깨끗하고 값싼 전기를 만드는 줄로만 알았던 핵발전의 위험에 대해 뒤늦게 생각하게 됐다”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투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씨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고, 남편 역시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다. 네 살 손자마저 방사능에 피폭됐는데 국가에서는 기준치 미달이라며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씨는 “정부와 지자체, 한국수력원자력 모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데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다”고 절규했다.

행사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의 실태를 모르고 있어서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함께 연대할 테니 힘내시라”,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탈핵, 반핵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등의 소감을 밝혔다.

2012년 시작한 한일탈핵순례는 해마다 양국에서 번갈아 가며 열린다. 올해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주최로 한국에서 열릴 차례였다. 이에 지난 8월 17~18일 경주 월성핵발전소와 부산 고리핵발전소 답사 등을 비롯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행사 전날 일정을 취소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