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관솔’ 십자가로 생애 첫 전시 연 농부 김태만씨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7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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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딛고 향기 품은 관솔에서 찾은 새 삶

관솔 십자가 작품으로 생애 처음 전시를 연 83세 김태만씨(오른쪽)와 딸 김광숙씨.

삶의 극단에서 다시 살아난 농부 김태만(83)씨가 새 삶을 찾은 뒤 ‘관솔’ 십자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김씨는 10월 17~20일 대구 대명동 예수성심시녀회 남대영기념관 성심홀에서 생애 첫 전시회를 열고, 자신이 만든 관솔 십자가를 세상에 공개했다. 김씨는 “열심히 십자가를 만들면서 잡념이 사라졌다”며 “힘닿는 데 까지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고 밝혔다.

신앙인이 아닌 김씨가 처음 관솔로 십자가를 만들게 된 이유는 “관솔 향이 너무 좋아, 십자가로 만들면 좋겠다”고 한 딸의 부탁 때문이었다. 딸 김광숙(노엘라)씨는 국제가톨릭형제회(Association Fraternelle Internationale, AFI) 회원으로, 복음적 삶을 살기 위해 일생을 봉헌한 사도직 협조자다. 기도가 삶의 전부인 딸을 위해 김씨는 퇴원하고 일상으로 돌아간 지난해 7월부터 십자가 제작과 관솔 채취에 하루 일과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한 번도 조각이란 걸 해본 적 없으면서도, 손을 다쳐가며 끊임없이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동안 김씨가 만든 십자가만 수백 개에 이른다.

관솔은 순우리말로, 송진이 엉긴 소나무의 가지나 옹이를 말한다. 소나무는 상처가 나면 치유를 위해 송진을 많이 만들어 낸다. 그 과정에서 변화한 형태인 관솔은 일반 소나무에 비해 더 단단해지고, 향이 짙어지며, 무거워진다. 조각하기에도 쉽지 않다. 김씨는 십자가를 만들기 위해 직접 산에서 관솔을 채취하는데, 그 중에서도 죽은 소나무 뿌리를 주로 고른다. 더 무겁고 단단하지만, 관솔 향기를 좋아하는 딸을 사랑하는 마음에 더 열심히 고르고 다듬는다. 김씨는 관솔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갈고 닦으며 십자가도 만들고, 묵주도 만든다. 고통과 외로움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면서 김씨는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구 전시회를 계기로 김씨에게는 한 가지 꿈이 생겼다. 서울 명동에서도 전시회를 여는 것이다. 김씨는 자신이 만든 관솔 십자가가 각종 스트레스로 고통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영적 위안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