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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올바른 가톨릭 상장례 관심 가져야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7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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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가 죽은 이 위해 기도하는 ‘통공’이 핵심
죽은 이도 교회 공동체 일원
기도 안에서 영적 공유하며 죄의 용서·정화 할 수 있어야
손님 접대나 제사상 차리기 우선시 되는 현실 지양 필요
「상장 예식」 규정 따르면서 가톨릭 장례 정신 되새기길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위령 성월’을 맞아 가톨릭적 시각에서 죽음을 올바로 이해하고, 가톨릭교회가 공식 인정하는 「상장 예식」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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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에서 위령 성월을 보내는 신학적 근거는 살아 있는 이들이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할 수 있고, 이 기도가 죽은 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교회의 전통 교리에서 찾을 수 있다.

교회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도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이며 거룩하고 보편된 공동체 일원이고, 살아 있는 이들도 이 공동체의 동일한 구성원이라고 믿는다. 현재 한국교회 공식 장례 예식서인 「상장 예식」(2003년 초판 발행) 역시 산 이와 죽은 이들이 모두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지체들이라는 유대감 속에서 죽음으로 연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영혼들을 위해 우리가 기도할 수 있다는 교회 가르침을 바탕으로 장례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유교 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사회 특성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이후 타 종교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한 보편교회 흐름과 변화에 따라 한국교회 안에서 가톨릭 고유 장례가 변질,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 박명진(시몬) 상장례 강사는 “유교 문화권에서는 죽음을 고통이나 죄로 받아들였지만 가톨릭에서는 죽음이 고통인 동시에 이생의 삶을 마치고 영원한 삶으로 옮아간다는 기쁨이기도 하다”며 “가톨릭 통공(通功·모든 교회 구성원이 공로를 서로 나누고 공유) 교리를 바탕으로 장례의 핵심은 ‘기도’가 돼야 하고 장례에 참석한 신자들이 기도하는 것은 신자로서 의무이자 권리”라고 강조했다. 박 강사는 “늦은 나이에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신자들에 대한 배려 등 여러 가지 사유로 가톨릭 고유의 장례 정신이 약화되는 현상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례를 치르면서 현실적으로 손님을 대접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손님 접대가 장례에서 우선시되는 듯한 현실은 결코 가톨릭 장례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 오류동본당 연령회 오재철(야고보·68) 회장도 “연령회 회원들과 신자 가정 장례 봉사를 하다 보면 아직도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제사상을 차려야 고인을 정성스럽게 보낸다는 의식을 가진 신자들이 많다”면서 “제사상 차리기 등 가톨릭적이지 못한 장례 관습이 ‘허용’될 수는 있지만 절대 ‘권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가톨릭에서 오랜 세월 신앙생활을 한 70대 이상 고령 신자들은 그래도 「상장 예식」 규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반면 중간 연령층이라 할 50~60대와 그 이하 연령층에게 가톨릭 장례 정신을 심어주는 것은 앞으로 교회의 과제”라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