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런 사목 어때요] ‘위드 코로나’ 사목 펼치는 대구 상인본당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0-10-13 수정일 2020-10-13 발행일 2020-10-18 제 3215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거리두기 피할 수 없다면 영적 고요 즐겨보세요
위축된 성사생활로 느낀 영적 갈증 해소 
20명씩 제한해 기도훈련 프로그램 운영  
성당 문턱 낮추는 주일학교 개편도 준비

기도훈련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하겠다는 내용의 ‘우리들의 다짐’ 선서를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한국교회 역시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고 있다.

대구 상인본당(주임 장병배 신부)은 기도와 교육으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코로나 일상) 사목을 펼치고 있다. 주임 장병배 신부는 “포스트 코로나 이전에 위드 코로나 사목 방안을 먼저 세워야 한다”며 “신자들 성사생활이 제한된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 사목현장에서 무엇을 할까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 신부는 “위드 코로나를 위해서는 먼저 신앙생활 기본인 하느님과의 대화를 돌아보게 됐다”며 “의외로 기도하기를 힘들어 하거나 어려워하는 신자들 모습을 보며 가장 근본적인 것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수녀님들 도움을 받아 시작하게 됐다”고 기도훈련 프로그램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 기도훈련 프로그램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저희 존재를 새롭게 드리는 마음으로 우리 호흡에 집중합시다. 이 호흡을 하느님의 입김, 성령이라고 생각하며 기도합시다. 몸에 긴장을 풀고, 복식호흡을 하며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무는 시간입니다.”

10월 7일 저녁 상인본당 성전, 이숙이 수녀(크레센시아·성바오로딸수도회)가 ‘기도훈련’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호흡기도를 설명하고 기도로 이끌었다. 참가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호흡에 집중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연습을 했다.

상인본당은 위드 코로나 사목 일환으로 이날부터 11월 25일까지 8주 과정의 기도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성바오로딸수도회가 고안, 시행하는 기도훈련 프로그램은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제작한 기도 교육과정이다. 다양한 사정으로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에게 몸과 마음의 쉼과 하느님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단순하게 기도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실습하는 프로그램이다.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거리두기를 지키는 가운데 기도의 맛을 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상인본당은 신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성사생활로 느끼는 영적 갈증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이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호흡기도를 바치고 있는 기도훈련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참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어 왔다”, “주님과 만나고 싶어서…”라고 답변했다. 참가자 정로사(로사)씨는 “가만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의무감으로 성당에 온 것 같다”며 “기도훈련 신청 안내를 보며 내 안에 영적 갈증이 강하게 있음을 깨닫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강동호(비오)씨는 “하느님을 온전히 내 삶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 참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상인본당 기도훈련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오전반과 저녁반으로 나눠 운영된다. 각 반마다 참가자 수를 20명으로 제한하고, 거리두기 등 방역을 지켜 진행된다.

이 수녀는 “코로나19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됐을 때, 많은 신자들이 개인적으로도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싶어 했다”며 “내 생활과 영성이 하느님과 통합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장병배 신부는 “우리는 때론 유혹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음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신부는 “우리는 기도를 어렵게 생각하지만, 어쩌면 기도를 제대로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며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를 하면서도, 하느님께 내 말씀만 드리고 정작 하느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지 않으려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자”라고 강조했다.

■ 주일학교 개편 준비

상인본당은 또 다른 위드 코로나 사목 방안으로 주일학교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일학교가 중단된 현실에서, 많은 학생들이 성당 가기를 망설이는 현 상황에 따른 방안이다. 현행 주일학교는 학기 중 교리교육을 하고, 방학 때 신앙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본당은 학기 중에는 미사 중심, 방학 중에는 피정 프로그램 시행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일학교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기 중 미사에만 꾸준히 참례해도 필수 교리지식을 알 수 있도록 강론을 활용할 방침이다. 또 방학기간에는 학업과 신앙 모두에 도움 되는 주제의 눈높이 피정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신앙은 성전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일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주일학교 개편안은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쳐 빠르면 내년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장 신부는 “행여 학교 공부에 방해될까봐 성당에 오기를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공부와 신앙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부분을 가르쳐주고 싶다”며 “성당에 오래 머물기를 원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동아리 등 그들이 원하는 바에 맞춰 프로그램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