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67) 어두운 세상에 불 밝힐 「모든 형제들」 / 존 알렌 주니어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
입력일 2020-10-13 수정일 2020-10-13 발행일 2020-10-18 제 321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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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겪는 사회·정치 문제 이전 회칙보다 깊이 다뤄
개인주의·인기영합주의 지적
‘형제애’라는 사회 윤리 제시
전 세계 어떤 영향 끼칠까

거대한 전 지구적 위기가 세계를 흔들어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곳곳에 눈물을 뿌리고 있다. 이 충격은 사회와 여론을 더욱 분열시키고 있다. 정치는 시끌벅적하기만 하고 분노로 가득 차 상대편을 부정하고 과거 영광을 재건하자는 허황된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 무엇인가 극적인 변화 없이는 이런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회칙 「모든 형제들」을 반포했다. 현재의 시대적 상황은 비오 11세 교황이 사회질서 재건에 관한 회칙 「사십주년」(Quadragesimo anno)을 발표한 1931년과 닮아 있다. 당시 전 세계는 대공황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베니토 무솔리니가 이탈리아를 장악하고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 정권을 잡기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때다. 비오 11세 교황은 자유시장에 근거한 자본주의와 사회공산주의 모두 인류 발전에는 부족하다면서 가톨릭 사회 교리에 근거한 제3의 길을 제시했다. 어떻게 보면 회칙 「사십주년」은 폭탄이 터지기 전에 이를 막기 위한 시도였지만 실패했다. 결과는 비오 11세 교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참혹했다.

새 회칙 「모든 형제들」이 가져올 결과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평행적인 시대적 상황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모든 형제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전 회칙들보다 더 종합적으로 사회와 정치 상황에 대해 개입하고 있으며, 그의 7년여 교황직을 담고 있다. 새 회칙은 무수히 많은 이슈를 담고 있어 누구라도 현재 특정 상황에 대한 교황 메시지를 연결시킬 수 있을 정도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 회칙은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충격을 비롯해 21세기 우리 인류가 겪고 있는 정치와 경제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 교황은 둘 다 결점이 있는 신자유주의적 개인주의와 국수적 포퓰리즘의 대결로 현재 인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제3의 길’로 인류 형제애라는 사회 윤리를 제시하고 있다. 바로 복음에 근거한 착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인 것이다.

교황은 신자유주의의 폐해에 대해 “시장은 그 자체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우리는 모두 신자유주의 신앙에 빠져 있다”면서 “특히 대유행 상황에서 취약한 세계 질서는 자유시장만으로는 모든 것을 풀 수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168항)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해결책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통적 가톨릭 관념에 근거한 재화의 보편적 분배를 요청하고 있다.

포퓰리즘에 대한 지적은 수없이 많아 언급할 수 없을 정도며, 11항에서는 “근시안적이며,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국수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치 논쟁이나 뉴스, 트위터를 접하는 이들은 교황의 이러한 진단에 수긍할 것이다. 교황이 “몇 년 전만 해도 평판에 심각한 해를 끼칠 만한 언행을 지금은 이름 있는 정치인들도 상스러운 말을 써가며 아무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45항)고 지적할 지경이다.

교황이 제시한 해결책인 인류 형제애는 좀 애매해 보이고, 교황은 회칙에서 상세한 청사진을 제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교황은 노인 공경, 인종주의와 성차별 근절, 이주민에 대한 연민, 빈국에 대한 부채 탕감, 유엔과 지역 연합체의 역할, 전쟁과 사형제 근절 등을 통해 인류 형제애로 나아가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교황은 「모든 형제들」에서 형제애라는 윤리를 이해시키려 공을 들였다. 교황은 이 형제애는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 공격성을 거부하는 데에서 시작하며, 이 공격적인 경향은 코로나19와 ‘가상’ 관계 증가로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또한 어떤 명목으로든 폭력이 답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대 흐름에 낙관적이지 않았지만, 사회 밝은 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유명한 사회운동 출현에 대해서 서정적으로 ‘사회적 시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은 특권을 가진 개인주의자들의 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인기영합주의에 빠져 맹목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두 가지 사회적 ‘대유행’으로 봤으며, 문자 그대로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강력한 형태로 돌연변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이에 대항할 새로운 힘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회에 재앙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황의 자서전을 쓴 오스틴 이버리는 단기적인 결과를 낙관적으로 내다보지 않았다. 그는 “1920~1930년대 교황들과 마찬가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고 그리스도인과 선의의 사람들이 혼란에 대처할 공간을 마련해 줬다”면서도 “사람들은 과거의 교황들 때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도 어두운 미래가 닥칠 때까지는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듀크대 역사교수 제임스 차펠은 과거 전체주의에 대항해 가톨릭교회가 이겼다면서 “현재 교회는 역사 흐름과의 싸움 그 중심에 서 있다”고 말했다.

과연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적 투쟁에서 살아남고 이길 수 있는 나침반을 제시했을까? 그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나침반은 제시됐으며, ‘모든 형제들’과의 대화는 곧 시작될 것이다.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