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한국과 중국, 일본 성인과 함께 드리는 기도 / 황소희

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
입력일 2020-10-13 수정일 2020-10-13 발행일 2020-10-18 제 321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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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은 평화에 대한 정의로 ‘전쟁 없는 상태’를 제시한다. 요한 갈퉁(Johan Galtung)은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개념을 구체화했는데 국가 간 전쟁이 없는 상태는 소극적인 평화, 폭력적인 사회구조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적극적 평화라고 정의했다. 국가가 전유했던 안보 개념을 개인 수준으로 내린 베리 부잔(Barry Buzan)은 개인의 삶이 그 어떤 위협에도 안전해야 한다는 ‘인간안보’ 개념을 창시했다.

물질적 영역에서 비물질적 영역으로, 거시적 수준에서 미시적 층위로 평화의 정의가 구체적으로 세분되지만 결국 그 끝이 닿는 지점은 인간 존엄을 지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라는 범주에 군사적인 전통 안보 외에도 재난, 범죄, 환경, 보건과 같은 비전통 안보 분야가 혼재되고 남북한과 중국, 일본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군사적으로 남북 분단과 북핵 문제, 중국과 일본 군사력 증강이 우려스럽다. 북한 핵미사일 발전은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 환경에서 한국이 사드를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져 중국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고, 일본 우익세력 재무장 준비를 위한 근거로도 작용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실업, 주거 불안정과 자영업자 몰락, 취약계층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해당하지만, 한국에서 개인 삶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자살을 선택하고 출산을 거부할 만큼 평화롭지 않다. 중국발 미세먼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정부의 성실한 대응과는 별개로 개별국가 대응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권위주의적 통치와 경제위기에 따르는 국내정치 불안정은 중국과 북한은 물론 일본에게도 예외적이지 않다. 이들 국가 지도자와 집권정당은 내부 결속을 위해 극단적인 민족주의, 대외도발, 우경화를 촉진하며 이에 따라 갈등적인 외교정책이 지속된다. 공동 번영은 인접국과의 갈등 해소가 전제돼야 하지만 신냉전구도와 과거사를 둘러싼 외교적 반목이 형성되는 것이 현재 동북아 지역구조다. 각 국가별 국내정치와 외교정책은 얽혀 있고,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지역 다양한 이슈와 연동된다.

평화가 정의의 열매, 사랑의 실천이라는 교회 탁견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인간 존엄이라는 방향성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남북관계 개선이 동북아 지역 평화를 선도하고, 신이 부여한 인간 존엄성이라는 대전제가 동북아의 지역 질서가 돼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는 상황을 상상해 본다. 이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 풀리도록 한국과 중국, 일본 나가사키 순교 성인들께 전구를 청한다. 동북아 지역 곳곳에서 순교한 신앙 선조들이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소망했던 것은 지역과 시대를 초월해 ‘진리, 정의, 사랑, 자유를 토대로 하는 모든 민족들의 평화’(「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가 완성된 세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