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전교주일에 / 박영호 기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0-10-13 수정일 2020-10-13 발행일 2020-10-18 제 321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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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에서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건전한 민주주의 핵심은 토론 문화다. 그런데, 경험칙으로 보면 먹거리를 나누는 자리에서 정치를 논하면 반드시 의가 상한다. 또 자기 삶의 의미라고 생각되는 신앙을 과하게 고백하다 보면 이 또한 관계를 해치는 빌미가 된다.

어떤 면에서, 정치와 종교는 삶의 영역 중에서 고백과 토론이 가장 요구되는 주제다. 그런데 밥상머리에서 이 두 가지를 거론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권고는 그만큼 정치와 종교에서 상대 입장을 고려하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반증이다.

10월은 전교의 달, 그 중에서도 셋째 주일은 전교주일이다. 복음 선포는 그리스도인의 천부적 소명이지만, 개념과 방법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이해된다. 오늘날 ‘전교’와 ‘선교’라는 용어 대신 ‘복음화’가 복음 선포의 참 의미를 더 잘 전해 준다. 이방인과 이교도 개종이 복음 선포의 전부로 이해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러면 이웃에게 천주교를 믿으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인가? 개종과 교세 확대를 지상 과제로 삼는 것도 잘못이지만, 믿음을 드러내지 않거나 권유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올바른 자세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 어찌 하란 말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첫 머리에 쓴 글이 아마도 답인 듯하다.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줍니다.” 내 마음과 삶을 가득 채운 기쁨은 나에게서 흘러 넘쳐서 이웃으로 흘러간다. 알 듯 모를 듯하지만, 개종 강요나 남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미는 분명하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