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BTS’와 함께 기후행동, 지금 시작해요! / 임미정 수녀

임미정 수녀(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 영원한도움의성모수도회)
입력일 2020-10-13 수정일 2020-10-13 발행일 2020-10-18 제 321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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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와는 다른 일상 중에 맞게 된 한가위, 수녀님 몇 분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봉사자가 줄어든 쪽방촌에 가서 명절음식 준비를 도왔습니다. 전을 부치며 얘기도 나누고, 한쪽에서는 명절노동에 활력을 주기 위해 ‘노동요’로 방탄소년단(BTS) 노래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세계적인 그룹인 BTS를 수녀님들도 많이 좋아하는데 특별히 노랫말에 담긴 의미와 그들의 선한 영향력, 열정, 진솔한 모습에서 감동을 받습니다. 최근 발표한 ‘다이너마이트’라는 노래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에,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고자 발표한 곡이라고 합니다. 한 공영방송 매체와 인터뷰에서 리더인 RM은 “어려운 시기에 이런 발랄한 곡이 맞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사람이 우울하고 슬플 때, 위로하거나 타파하는 방법 중에서 자신들은 ‘정공법’인 유쾌하고 희망적인 방법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요즘과 같은 생태위기 시대 우울증을 ‘코로나블루, 기후블루’ 등으로 표현합니다. 기후운동을 하는 이들 중에서도 남아 있는 *탄소예산시계를 보며 ‘기후 블루’에 빠질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많은 이들이 음악과 미술 등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체험으로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BTS의 팬덤인 ‘아미’들이 콘서트에서나 아미들이 모인 길거리에서 ‘떼창’(많은 이들이 함께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데요. 저희 수도자들이 잘 준비된 전례에서 공동체 찬미로 하느님과 자매와 더 깊은 친교를 이루는 것처럼, 이들도 함께 노래하는 순간에 인종, 언어, 모습의 차이를 뛰어넘어 더 큰 연대와 친교를 이루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현재 어려움을 이겨내는 ‘정공법’으로 BTS 노래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비상 상황을 함께 인식하고 극복할 방법으로 ‘기후를 위한 떼창’을 해 보면 어떨까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벨기에를 비롯한 북유럽국가에서는 ‘기후를 위한 노래’(Sing for the Climate) 캠페인을 시작했고, 많은 시민이 동참했습니다. ‘벨라 차오’(Bella Ciao)라는 이탈리아 민중가요에 가사를 붙인 ‘지금 당장 시작해’(Do it Now)를 여러 곳에서 많은 이들이 부르고 영상으로 담아 국제기후회의와 나라별 기후정책 결정권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이후 이 캠페인과 함께 여러 풀뿌리 기후운동이 유럽에서 생겨났고, 오랜 기간 싸워 온 이들의 요구로, 많은 나라에서 전면적인 온실가스감축과 ‘2050탄소제로 선언’, 그리고 그에 따른 실효성 있는 계획을 추진해 가고 있습니다. 유럽의 ‘기후를 위한 노래’ 캠페인에는 U2와 같은 셀럽도 음원 제작에 참여해 더 많은 이들을 기후행동으로 이끌었습니다.

BTS와 팬덤인 ‘아미’는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습니다. 한 그룹의 ‘아미’들이 자연을 좋아하는 멤버 생일에 환경단체에 후원을 하고, 또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한강변에 나무심기도 했습니다. BTS가 평소 보여줬던 선한 영향력으로 ‘기후위기’ 극복에도 동참해 ‘아미’들과 함께 ‘기후를 위한 노래’를 ‘떼창’으로 부르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

또한 하느님의 진정한 팬덤인 신앙인들이 먼저 기후위기에 대응해, 하느님 창조세계를 지키기 위한 ‘기후행동’에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교황청에서는 내년 5월, 「찬미받으소서」 특별주년에 이어지는 ‘온전한 생태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의 과제로, 통합생태론에 비춘 7가지 목표를 제안했습니다.

그 목표에는 먼저 기후위기로 울부짖는 지구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응답, 생태경제, 검소한 생활, 생태교육ㆍ영성 확산, 마지막으로 피조물보호에 대한 공동체의 능동적 참여가 있습니다. 7번째 목표, ‘피조물 보호에 대한 공동체의 능동적 참여’를 위한 다양한 방법의 기후캠페인이 필요합니다. 그중에 쉽게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기후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는 ‘기후를 위한 노래’ 캠페인에 하느님의 **‘아미’(我美)들을 초대합니다.

절박한 기후위기 시간이지만, 탄소배출제로 원년이 될 2050년, ‘지구의 희년’을 희망하며, 함께 노래도 부르면서 기쁘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탄소예산(지구온도 섭씨 1.5도 상승 기준) - 7년 2개월 정도(2020년10월 현재)

** ‘아미’(我美)-‘기후를 위한 노래’에 함께할 이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미정 수녀(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 영원한도움의성모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