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부 낙태죄 관련 개정안에 대한 교회 반응은?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0-10-13 수정일 2020-10-13 발행일 2020-10-18 제 321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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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낙태 전면 허용… “교회는 강력히 반대한다”
전체 낙태 95.3%가 12주 이내
개정안은 임신 14주 이내 가능
교회 입장 변함없이 ‘낙태 반대’
출산 선택하는 환경 조성과 생명 소중함 알리는 교육 절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생명문화전문위원회 등 40여 개 생명 수호 단체 연합체인 ‘행동하는프로라이프’가 10월 7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사당 앞에서 태아 생명과 여성 보호를 위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제공

정부 낙태죄 관련 개정안에 대해 교회는 한목소리로 낙태 전면 허용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 교회는 태아 생명 살리기와 여성 건강 보호를 위한 입법을 촉구해 왔으며, 신자들에게는 생명 수호자가 될 것을 당부해 왔다.▶관련기사 9면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유주성 신부는 정부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낙태 전면 허용안이라면서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개정안에서는 임신 1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15주부터 24주 이내에는 상담과 24시간이라는 숙려 기간만 거치면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도 가능하게 했는데, 이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 이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루라는 기간은 너무 짧아 제대로 된 제약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낙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신 12주 이내 낙태’는 전체 낙태의 95.3%를 차지하고 있어, 정부안대로라면 앞으로 대부분 낙태는 가능해진다.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총무 이근덕 신부도 교회 입장은 변함없이 ‘낙태 반대’이며, 이에 대한 “대화의 여지는 없다”고 확언했다. 그동안 교회가 반복적으로 천명해 왔듯 인간 생명은 수정 순간부터 인간으로, 어떤 경우에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국가가 법으로 낙태를 허용한다고 해도 교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8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단 역시 “교회는 낙태죄 완전 폐지 방향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국가는 생명권 보호와 약자 보호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는 법이 낙태를 허용해도 임부가 낙태하지 않고 출산할 수 있도록 정책과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육비 이행법 강화와 익명 출산법 제정, 임신·출산 친화적인 직장 문화 강화, 생명 존중·인격적 성교육 의무화 등 한국 사회 법·제도, 환경이 임신·출산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생명 경시 풍조 속에서 생명을 지킨 미혼부·모들을 돕고 있는 미혼부모기금위원회 위원장 이동익 신부는 생명을 경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도 “교회는 타협할 수 없다”며 “온 힘을 다해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교육하고, 증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박은호 신부 역시 “일단 신자들만이라도 생명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회 안에 생명 교육을 더 잘 마련하고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10월 7일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낙태죄 관련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입법 예고했다. 두 개정안에는 ▲임신 14주 이내 낙태 허용 ▲임신 24주 이내 강간·준강간 등 범죄 행위로 인한 임신이나 친족 간 임신, 임부 건강 위험 등에 한해 낙태 허용 ▲상담과 숙려 기간(24시간)을 거치면 임신 15주 이상 24주 이내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허용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약물 낙태 허용 ▲만 16세 이상 미성년자가 ‘상담사실확인서’가 있으면 법정 대리인 동의 없이 낙태 가능 등 내용이 담겨 있다.

두 개정안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기간은 각각 11월 16일, 10월 20일까지이며, 누구나 국민참여입법센터(http://opinion.lawmaking.go.kr, 통합입법예고→(부처)입법예고→1319번, 1317번)를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