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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에고(ego)에서 에코(eco)로 / 김의태 신부

김의태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0-10-13 수정일 2020-10-13 발행일 2020-10-18 제 321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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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유행 원인으로 생태계 파괴가 거론되고 있다. 오지에 숨어 지내던 바이러스들이 보금자리에서 쫓겨난 동물들을 매개로 인간 생활권으로 접근했고, 교통 발달과 교역 세계화로 폭발적 증식을 이루었다고 진단한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만이 아니라 최근 30년간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새로운 질병들(원숭이 몸에서 나온 벼룩이 인간에게 오면서 생기는 출혈성 질환, 에볼라바이러스, 슈퍼박테리아, 사스, 메르스, 조류독감의 변종 등)을 살펴보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할 때가 아니라 우리가 지구에 대항하고 있던 전쟁을 멈춰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인류의 맹목적인 이윤 추구로 인해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파괴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했던 독가스가 농업으로 옮겨와 살충제로 쓰였지만, 그 살충제는 먹이사슬 안에 있어야 할 곤충의 자리를 파괴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붕괴시켜 버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신자유주의의 치명적 약점도 드러났는데, 값싼 제품을 만들기 위한 대형공장들이 코로나 사태로 가동되지 않으면 세계 곳곳에 있는 관련 기업들은 문을 닫기 때문에, 모든 위험부담을 약자인 노동자들에게 지우며 아파도 일을 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감염병에 취약해졌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구조가 병이 확산하는 것을 방치하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그뿐만 아니다. 강우일 주교는 이 위기를 이용해 에너지, 환경 정책을 상품 삼아 더 많이 장악하려 하거나 더 많은 이윤을 내려는 경제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사회에 대해 지적한다.

바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스스로와 타인을 분리하고 끝없는 탐욕 속에 ‘자아(ego)’만을 생각하는 세상에서 나와 지구의 삶을 평화롭게 영위하는 생태 중심 세상(ecocentric world)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나만을 위해 살다가는 모두가 죽을 수 있다. 주님께서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말이 지금 이 시대에 절실히 필요하다.

바이러스 때문에 사회는 통제되고 개인은 고립되어 심한 경우 정신질환에 걸리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분명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며 나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더욱 느낀다.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고 상호의존적이다. 그렇다면 자기중심적인 ‘에고(ego)’가 아닌 생명 그물망인 ‘에코(eco)’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출발, 그래서 내가 하는 행동이 남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심스러움, 그리고 더불어 사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의태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