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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Maria~” 성모님 삶에서 배우는 세대 갈등 극복 방법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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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공경하고 경청하며 존중하세요”

고금을 막론하고 세대 갈등 문제는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확산되면서 ‘이태원 클럽’, ‘광화문 집회’ 사건을 계기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를 공격적으로 비난하는 등 사회 전반에 내재된 세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가 세대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듯이 성모 마리아 역시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서 살아갔다. 그러나 성모 마리아는 그 안에서도 지혜롭게 갈등을 풀어내며 윗세대에게는 존중 받고, 아랫세대에게는 존경 받는 삶을 살았다. 묵주기도 성월을 맞아 묵주기도 안에 담긴 성모님의 삶과 교회의 가르침에서 세대 갈등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를 찾아보자.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엘리사벳을 방문한 성모 마리아’.

■ 공경 - 환희의 신비 2단 :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찾아보심을 묵상합시다.

성경은 천사의 방문으로 예수의 잉태를 알게 된 마리아가 ‘서둘러’ 엘리사벳을 찾아갔다고 전한다. 마리아가 서둘러 간 그 길은 150㎞에 달하는 거리다. 마리아가 천사를 통해 친척 어른인 엘리사벳 역시 하느님의 은총으로 아이를 가졌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먼저 인사한 것은 마리아였다. 그러자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축복의 인사를 전했다. 그 인사에 마리아는 노래로 화답한다. 바로 ‘마니피캇’(magnificat)이다. 마니피캇은 단순히 마리아 개인의 노래를 넘어 이스라엘과 모든 하느님 백성을 위한 하느님의 위대한 구원에 감사와 찬미를 올리는 기도다. 자신의 선대와 그 조상들 역사를 ‘공손하게 받들어’(恭敬) 이어 나가는 것은 동시에 모든 이의 부모가 되시는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청소년 주일 담화를 통해 “마리아는 연세 드신 친척이 도움을 필요로 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방문길에 나선다”고 말하고 “자신의 백성과 역사를 찬양하는 마리아의 노래는 우리에게 젊다는 것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님을 보여 준다”며 “우리 개인 역사는 기나긴 길, 곧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를 앞선 공동체 여정 일부”라고 설명했다.

엘리사벳을 방문한 마리아가 보여 준 공경은 삶을 먼저 겪은 어른들의 지혜에 참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2005년 사순 담화에서 “인간은 자기보다 앞서 간 사람들의 유산에 기대어 살고, 자기 민족의 문화적 가치가 자신에게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인간의 미래가 결정된다”며 “그렇다면 노인들의 지혜와 경험은 더욱 완전한 문명으로 나아가는 인간 여정을 밝게 비춰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초 디 부오닌세냐 ‘성전에 있는 예수’.

■ 경청 - 환희의 신비 5단 : 마리아께서 잃으셨던 예수님을 성전에서 찾으심을 묵상합시다.

2014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제3차 임시총회 의안집을 통해 “가정이 직면한 많은 심각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관계와 소통 어려움”이라고 지적한다. 마리아 역시 아들 예수와의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파스카 축제를 위해 예루살렘으로 간 마리아는 예수를 잃어버려 자그마치 하룻길을 되돌아가며 사흘에 걸쳐 찾아다녔다. 자식을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속을 태웠을 마리아는 마침내 찾은 아들에게 일방적으로 야단치거나 감정을 쏟아내는 말 대신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며 예수의 생각을 듣고자 한다. 그런데 예수는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라는 영문 모를 소리를 했다. 성경은 마리아 역시 예수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성경에는 마리아가 혼을 냈다는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했다. 마리아의 경청은 예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천사가 전한 말이나 목자들의 경배 때에도 마리아는 경청하며 “곰곰이 생각했다”고 기술한다.

마리아의 경청은 결코 수동적인 청취가 아니다. 교회에서 경청은 주로 ‘하느님 말씀’에 대해 사용된다. 가톨릭 청년 교리서 「유캣」은 “부모는 자녀 신앙에서 배우고 하느님이 자녀를 통해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경청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젊은 세대에 대한 경청은 ‘주님은 종종 더 좋은 것을 젊은이들에게 계시’(「성 베네딕토의 규칙서」 3장 3절)하시기에 신앙적으로도 값질 뿐 아니라 세대 간 소통에도 도움을 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홍보 주일 담화를 통해 “관계와 소통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나눔”이라며 “나눔에는 경청과 수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취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지만 경청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친밀함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지오토 디 본도네 ‘카나의 혼인잔치’.

■ 존중 - 빛의 신비 2단 : 예수님께서 카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심을 묵상합시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마리아는 예수에게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말한다. 이에 예수는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예수의 대답에서 마리아는 이미 예수에게 능력이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예수에게 요청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자 마리아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말했다. 예수가 마리아에게 순종(루카 2,51)했기 때문에 명령 형태로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마리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요청을 들어 주기를 바라며 일꾼들을 준비시키면서도 예수의 뜻이 ‘무엇이든지’ 존중하고자 했다.

아랫세대에 대한 존중은 교회 가르침이기도 하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부모는 자녀들을 하느님 자녀로 보아야 하고,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2222항) 마리아의 존중이 예수의 첫 기적을 이끈 것처럼, 존중하는 자세는 같은 요구라 하더라도 더 이상 ‘꼰대질’이 아니라 격려가 되게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자녀의 노력이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그리고 자녀가 자신의 부모가 인내심으로 자신을 신뢰한다는 것을 느낄 때 훈육은 격려가 된다”며 “훈육이 자녀의 바람을 꺾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더 나은 발전에 힘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